[반세기, 기록의 기억] (93) 한강대교

기자 2023. 10.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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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근현대사 산증인, 한강의 ‘대표 다리’가 들려주는 그날의 이야기들
한강대교 1971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한강대교 2023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동작구 본동을 잇는 한강대교는 1900년에 건설된 기차가 다니는 한강철교에 이어 서울 한강에 두 번째로 놓인 다리이다. 1917년 완공된 한강대교는 사람과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다리여서 ‘한강인도교(漢江人渡橋)’라고 불렀는데, 한강의 하중도인 중지도(中之島)를 가운데 두고 남북 양안에서 교량을 건설해 서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중지도는 지금 노들섬이라 부른다. 한강대교가 놓인 노량진(鷺梁津), 즉 노들나루는 조선시대 한양에서 수원을 거쳐 충청도, 전라도로 가는 사람들이 한강을 건너던 교통량이 가장 많은 나루터였다.

한강대교는 줄곧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해 왔으며, 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유실되어 재건되었으며, 1950년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폭파되었다가 1958년에야 완전하게 복구됐다. 1965년에는 양화진(楊花津) 나루터에 양화대교가 건설되면서 ‘제2한강교’라고 명명되자, 한강인도교는 이와 구분하기 위해 ‘제1한강교’로 불리게 된다. 1960~1970년대 한강 남쪽으로의 교통량이 계속해서 증가하자, 똑같은 모양의 새 다리를 지어 4차선을 8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1981년 완공됐다. 이때 한강대교와 동작구 남부 및 관악구 지역을 연결하는 상도터널도 함께 건설됐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 건설된 쌍둥이 다리가 노들섬을 기준으로 남북이 다르다는 점이다. 노들섬 북쪽은 동쪽의 다리가, 노들섬 남쪽은 서쪽의 다리가 새로 확장한 부분이다.

1971년과 2023년의 사진은 확장 전후의 다리 모습을 잘 보여준다. 1971년의 사진에는 왕복 4차선 도로 위를 차들이 교차해 통과하고 있다. 2023년의 사진에는 편도 4차선 다리로 차들이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으며, 그 뒤쪽의 다른 다리 위로 차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사진에서 뒤로 보이는 보수공사 중인 다리가 1981년에 새로 놓은 것이다.

1980년대부터 이 다리는 한강대교라고 불리고 있다. 한강의 다리 가운데 유일하게 ‘한강’이란 이름을 얻어 명실상부하게 한강을 대표하는 다리가 되었다. ‘한강 결빙’의 기준이 한강대교 남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의 강물이 완전히 어는 것이라는 점, 이 다리가 2020년 서울시 등록문화재 1호가 된 점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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