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낙하산 내려온다' 관광공사 실세 부사장의 '대선급' 홍보영상
[뉴스데스크]
◀ 앵커 ▶
방금 보신 영상, 한 번쯤 본 적 있으시죠?
누적 조회수 2억 7천만 회를 돌파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대한민국 홍보 영상인데요.
이 영상을 제작한 한국관광공사가 몇 달 전에 또 다른 홍보 영상 한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영상이 아니라, 관광 공사의 부사장 개인을 홍보하는 영상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4월 24일, 한국관광공사 대강당.
취임 5개월째인 이재환 부사장이 차장급 직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세 분도 차장님이세요? 좀 연세가 있어 보이셔서 물어보는 거예요. 팔 좀 풀으시고 들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졸지 말라는 훈계도 잊지 않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여기 무슨 차장님이세요. 일어나 보세요. 졸고 계시길래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바른 자세로 집중하라던 부사장은 중간중간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늘어놓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후배인데. 원희룡 선배, 원희룡 장관 만나서 제가 요청을 했고. 오세훈 시장하고도 안 지가 15년 이상 되고 해서."
정치권 연줄로 취업한 공기업 임원들의 금기어.
'낙하산'을 자기 입으로 직접 세 차례나 언급합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그분(전임 사장)도 낙하산으로 저처럼 오신 분이니까. 제가 낙하산이잖아요. 낙하산."
한국관광공사 이재환 부사장, 올해 57세로 유아 교육 관련 민간 기업인 출신입니다.
현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도 일했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정무수석님하고 대통령 특사단으로 또 다녀와서 일했고. 대통령이 G7으로 히로시마 가시니까 같이 가서…"
차장급 직원 60명 정도가 모인 공식석상에서, 갑자기 부사장은 특정 팀장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OOO씨가 보직 해임된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분 손 들어보세요. 손 안 드신 분 물어볼 거예요."
50분 간담회 중 15분 동안 특정 개인을 향한 공개적인 질책이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업무협약을 추진했다는 겁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제 눈을 피해 MOU를 그 회사하고 몰래 진행하다 알려지게 된 거예요. 저를 제치고 사장님한테 몰래 보고하고. 상식적인 거, 이런 거 갖고 제가 보직 해임을 지시하지는 않죠."
보직에서 쫓겨난 팀장은 감사실 옆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습니다.
사규에도 없는 반성문 요구에, 특정 감사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변정섭/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 "말 그대로 군기 잡기가 아니겠습니까. 내 말 듣지 않으면 어느 누구라도 이러한 사례가 당신이 될 수 있다, 너가 될 수 있다."
3주일간 진행된 감사 결과는 주의, 그마저도 면책 조치됐습니다.
사장 승인을 받고 정상적으로 업무협약을 추진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해당 팀장은 다시 보직에 임명됐지만,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 휴직 상태입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제가 우리 회사에 온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제 개인의 호가호위를 하러 온 건 아닌데, 우리 국정하고 우리 공사의 발전을 위해서."
국가 발전을 언급한 지 40여 일 뒤, 관광공사 홍보팀에 부사장 지시사항이 전달됐습니다.
'부사장님께서 강의에 사용할 개인 홍보영상 제작을 요청했다.'
'대선 영상같은 감동이 있는 영상을 원하신다.'
일부 팀원이 반발했고, 영상 제작은 연말로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부사장 취임 6개월을 홍보하는 영상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4분 10초 영상에 이재환 부사장의 얼굴은 114번 등장합니다.
[이재환/개인 홍보영상]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이후, 한국관광공사는 K-관광 로드쇼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관광공사 측은 해당 영상의 존재와 제작 경로를 몰랐다고 했습니다.
MBC가 영상을 제시하자, "두바이지사에서 해당 영상을 제작했고 외부업체에 예산 3백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재환 부사장은 국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오늘,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의원님. <아니, 본인이 얘기했잖아요.> 저걸 악마의 편집이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악마의 편집이라던 바로 그 간담회에서 이재환 부사장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저야 임기가 3년이지만 더 근무할 수도 있고. 있을 확률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지금은."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자료·영상제공: 임종성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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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5171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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