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모든 것은 생쥐 한 마리에게서 시작됐다”
20여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 간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백설공주와 피터팬, 영화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놀이 기구와 솜사탕, 음악에 둘러싸여 꿈을 꾸는 듯했다. 1955년 디즈니랜드 개장 때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내세운 ‘꿈이 이뤄지는 곳(where dreams come true)’은 세월이 지나도 작동했다. 디즈니랜드는 거대한 연극 무대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매표원부터 청소원까지 모두가 배우와도 같다. 이들은 400여 가지 매뉴얼을 암기한다고 한다. 연극 한 편을 공연하듯 고객에게 꿈과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가난해 신문 배달을 한 월트 디즈니의 유일한 즐거움은 그림 그리기였다. 신문에 연재 만화를 그리고 싶었으나 광고용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 취직했다. 20세기 초에 생겨난 애니메이션은 체계적 교육기관이 없었다. 그는 미술 학원에서 야간 강좌를 듣고, 집 뒷마당에 스튜디오를 만들어놓고 카메라를 돌렸다. 1분짜리 풍자 만화영화 등을 만들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1927년 미키 마우스를 만들어냈다. 그는 “모든 것이 생쥐 한 마리에게서 시작됐다”고 했다.
▶미키 마우스를 주인공으로 최초 무성 애니메이션 ‘미친 비행기’를 만들고, 1년 뒤엔 첫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탄생시켰다.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에서 소리가 나오고,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가진 만화 주인공에게 열광했다. 팬레터가 쏟아지고, 인형에서 칫솔까지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1930년대 미키 마우스는 ‘만화의 찰리 채플린’ 소리를 들었다. 미키마우스는 매년 세계에서 6조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전 세계 아이들은 아기 곰 푸가 그려진 기저귀를 차고, 아기 돼지 피글렛이 그려진 그릇에 밥을 먹고, 미키 마우스 티셔츠를 입고 자란다.
▶디즈니는 만화·영화·캐릭터·출판·음반·놀이공원·OTT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픽사·마블·ABC방송· ESPN 등을 소유하고 있다. 픽사를 인수했던 밥 아이거 CEO는 자서전에서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다면 애플과 디즈니가 합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디즈니가 창업 100년을 맞았다. 지금은 시련기다. OTT에서 큰 폭 적자가 나 CEO가 교체됐고,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로 정치권과 소비자의 비난을 받고 있다. 세계 기업사를 보면 100년 기업이 그다음 100년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어른의 추억과 아이의 판타지를 같은 캐릭터로 연결하는 디즈니의 꿈만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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