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급등, 정부 말대로 걱정 안 해도 괜찮을까
국제 설탕 가격 상승세 여전
주요 생산국 작황 부진 탓
정부 “국내 영향 미미” 전망
하지만 설탕 가격 아직 불안
식품 가격 인상도 당연 수순
국제 설탕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설탕 생산국들의 생산량이 가파르게 감소한 데다 수출까지 제한하고 있어서다. 한편에선 '슈거플레이션(Sugarplation)'을 우려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설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제 설탕 가격은 1톤(t)당 727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단 35.0%, 평년보단 76.4% 올랐다. 국제 설탕 가격이 이렇게 치솟은 건 세계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의 작황이 예년만 못해서다.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설탕 수출량을 통제해왔다. 2022년엔 연 1100만t으로 제한했고, 올해는 610만t으로 더 줄였다. 최근엔 '수출 금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생산국 태국의 원당 생산량이 감소할 거란 전망도 국제 설탕 가격을 끌어올렸다. 태국의 원당 생산량은 2020년 830만t에서 2021년 770만t으로 줄었다. 지난해 1020만t으로 회복하는 듯했지만 올해는 900만t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설탕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거란 분석이 쏟아지는 건 이런 대외변수 때문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의 국제 설탕 가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국내 제당 업체들에 확인한 결과 국제 가격을 반영해 6~7월에 국내 공급 설탕 가격을 인상했고, 재고도 4~5개월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설탕과 원당에 할당관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제 설탕 가격이 국내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부의 바람이다. 제당 업계가 가격을 한차례 올렸다고 또다시 올리지 말란 법이 없고,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도 간과해선 안 된다. 통계만 봐도 그렇다. 국내 공급 설탕 가격을 이미 6~7월에 올렸다고 하지만 8월과 9월에도 설탕 가격은 각각 13.8%, 16.9% 올랐다.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은 14.3%, 14.0% 올랐고, 과자와 빵류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국제 설탕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은 '선제적 인상' '국제 가격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이란 카드를 꺼내 들 게 뻔하다. "국내 설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는 정부의 말에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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