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병호 부르는 공수처, ‘전현희 표적 감사’ 전모 규명해야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된 유 사무총장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이다. 공수처가 두 차례 감사원 등을 압수수색하고 다른 감사위원들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한 데 이어 윗선이자 핵심인물인 유 사무총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돌입한 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은 내부 제보를 근거로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의 근무 태만 의혹 등을 특별감사하는 중에 표적 감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위법적인 압박 조치라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고발했다.
1년이 지난 지난달에야 수사에 들어간 공수처는 감사원이 제보자의 허위 증언만을 토대로 권익위를 감사한 의혹, 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의 최종 검수 없이 외부에 공개한 것 등에 위법적인 절차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당사자인 조 위원은 보고서 ‘패싱’을 지적했고, 이 과정에서 사무처 전산 조작 의혹을 주장했다. 지난 13일 감사원 국감에서 최 원장은 “법과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잘못이 다소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전 정권 의혹이나 인물에 대한 감사 때마다 표적·위법 시비가 뒤따랐다. 그 속에선 늘 ‘돌격대장’이라는 유 총장 이름이 거론됐다. 윗선 수사를 철저히 해야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헌법기관이면서 중립성·독립성을 내팽개치고 ‘정치 감사’에만 몰두하는 감사원을 바로잡을 열쇠를 지금 공수처가 쥐고 있다.
공수처 위상도 비상 상황이다. 2021년 1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가 1000일간 처리한 6900여건 중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에 불과하다. 체포영장·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돼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19일 국감에서 공수처 수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공수래 공수처’라는 말까지 나오는 속에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된다. 공수처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신속 수사해 진실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현재 수사 중인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이 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기구라는 공수처의 독립적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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