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중 다쳐" 치료비 요구한 공무원 감형…"사과도 없는데" 유족 울분

/사진=뉴스1

성관계 중 다쳤다는 상대방에게 치료비 수천만원을 주고 극단적 선택한 30대 공무원의 유족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숨진 남성의 유족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주버니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더 이상 추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고인 B씨(30)은 대학 시절 조별 과제를 하다 여성 C씨(32)를 만났고, 10년 넘게 연락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C씨가 B씨에게 같은 지역으로 와서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권유했고, 평소 C씨에게 호감을 느꼈던 B씨는 시험에 합격해 이듬해 1월 발령받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C씨와 만나던 B씨는 서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해 신체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C씨는 "성관계 중 어깨를 다쳤다"며 치료비를 요구했다.

A씨는 "(C씨의) 지속되는 요구에 아주버니는 대출까지 받았다. 빚에 시달리며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 C씨는 보톡스를 맞고 쇼핑으로 돈을 썼다"며 "아주버니는 모든 사실을 알고 괴로워했다. (두 사람은) '내 소원은 너와 결혼'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주버니는 힘들어하다 부모님 얼굴을 뵙고 나서 며칠 뒤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했다"며 "가해자는 사과 한마디 없었지만, 공탁금으로 징역 1년에서 8개월로 형량이 줄었다. 저희는 가족을 잃었는데 8개월이라니"라고 울분을 토했다.

C씨는 치료비 명목으로 2021년 3월부터 약 5개월간 4차례에 걸쳐 B씨에게 47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로부터 받은 돈을 치료에 사용하지 않고 종아리 보톡스, 코 필러 등 미용 시술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는 합의로 성관계했음을 전제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등 강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한 이후에도 성범죄 가해자로 취급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점과 피해 복구를 위해 4700여만원을 공탁한 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