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상담도 2차 기관 연계로 간주"…실적 부풀리기 의혹[정서행동 위기 3편]
[EBS 뉴스]
정서나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관심군으로 진단받고도 2차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학생 비율은 27%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이 비율이 유독 높은 지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인데요.
위기학생에 대한 2차 기관 연계 실적이 5년 연속 전국 꼴찌를 기록하자, 교육청 담당자가 나서, 꼼수 통계로 실적 부풀리기를 시도한 정황이 E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정서행동 연속 취재, 서진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에서 상담교사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9월,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지역교육청이 보낸 쪽지를 받았습니다.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나타난 학생도 교내 위클래스에서 전문기관 연계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 상담만으로 전문기관 연계를 했다고 입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같은 안내는 경기도교육청의 설명이라고도 했습니다.
인터뷰: 경기 상담교사(음성변조)
"1차 기관 내에서 이루어진 상담도 다 연계에 넣어주세요, 이런 되게 급박해 보이는 메시지를 저희가 받았고 담당자한테 문의를 했더니 '아, 그러면 해 주실 수 있으시면 해 주시고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해서 조금 어이가 없었어요."
취재진은 해당 메시지 전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독려 요청을 간과할 수 없었다."면서, "학교를 재촉하는 게 아니라 학교 상담도 전문기관 연계에 포함해 달라"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정서행동 특성검사의 관심군 학생은 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위(Wee)센터나 병·의원 등, 2차 기관에 연계해 후속 치료 등을 해야 합니다.
학교가 운영하는 위클래스는 초기 상담 등을 담당하는 1차 기관으로, 연계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전문기관 연계 치료는 위(Wee)센터, 복지부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여가부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과 병·의원(만 가능하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교육청 담당자가 학교 현장에 오히려 규정 위반을 독려한 이유, 직접 작성한 공지글에 답이 있습니다.
자살위험군과 관심군을 합쳐 2차 기관 연계율이 85%가 되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한다며, 체육건강과와 위기지원단이 합쳐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헤아려달라고 합니다.
실제, 독려 요청이 나간 시기엔 내년 3월에 이뤄질 교육청 조직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경기도에선 정서행동 관심군으로 분류되고도 2차 기관에 연계되지 않은 학생은 연평균 51%.
전국 평균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2차 기관 연계실적이 5년 연속 전국 최하위입니다.
학생 수는 많은데 부족한 자원, 학부모들의 비협조와 학교의 행정 부담 등, 어려운 여건을 개선하기보다 꼼수 통계로 실적 개선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경수 변호사 / 법무법인 휘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직장내 괴롭힘 또는 거짓 보고를 하라고 지시를 한 거기 때문에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 제2호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요."
EBS 취재가 시작되자, 경기도교육청 담당자는 "개인의 착오로 인한 실수"였을 뿐 "교육청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고, 교육지원청도 교내 상담은 전문기관 연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지글을 새로 발송했습니다.
EBS 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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