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깜박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 ‘2023 바다미술제’
[KBS 부산] 파도를 타고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이끌려 바다로 걸어 나가면 대나무 피리 오케스트라를 만납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다양한 음계의 목소리로 바닷속 이야기를 쉼 없이 들려줍니다.
화려한 비즈로 작가가 직접 짠 그물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의 사연입니다.
공모를 통해 받은 시민들의 이야기를 모스부호로 담았습니다.
바닷가에서 구한 폐품으로 만든 그네를 타면 파도의 박자를 느끼며 바람과 마주합니다.
플라스틱 밧줄을 해체해 만든 수천 가닥의 실은 옷과 양탄자로 다시 태어나 어려운 사람을 돕습니다.
[김성연/2023 바다미술제 집행위원장 : "우리가 너무 환경을 소비적으로 또 바다 해양을 산업 쪽으로 이렇게 접근하고 있지 않나라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서 예술적으로 어떠한 미래를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일광천에 잠겨 있는 기와 지붕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미래 재난을 경고합니다.
강과 바다가 맞닿는 곳에 군락을 이루며 사는 맹그로브는 탄소를 흡수하며 생태계를 지키지만, 개발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신당 옆 제사용품을 보관하던 창고에서는 외국인 작가가 기장 다시마로 공예작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유럽에서 보기 힘든 다시마는 그에게 가죽과 플라스틱을 대체할 작품을 위한 신소재입니다.
[율리안 로만/'해조공예와 스튜디오' 작가 : "해초는 나의 작품 소재이자 나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해초가 그렇게 강하게 자랄 수 있으면서도 어린 물고기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처럼 생태계의 다른 종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스러져가는 옛 일광 교회 예배당에서 바다로 뻗어 나가는 수백 가닥 실들은 건물이 품은 수많은 사연처럼 일광의 이야기를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해수욕장 뒷골목의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도전적인 작품을 만납니다.
인간의 욕망으로 사라져가는 모래알 속 세상을 들여다보고 심해채굴 등 보기 힘든 영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친환경 항로라고 불리는 로테르담부터 싱가포르까지 운항하는 화물선을 실시간 추적해 친환경 이미지의 허구를 드러냅니다.
[제이콥 볼튼/'메탄올 블루' 작가 : "그렇게 하는 동안(실시간 추적하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새로운 친환경 신흥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규정과 정책 및 기업 문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것은 친환경적인 것 같은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20개국 43명 작가가 출품한 42개 작품은 바다에 스며들 듯 놓여 있습니다.
전시공간인 해수욕장을 탈바꿈 시킬만큼 압도적으로 화려한 작품 배치를 찾아보기 어려운 올해 부산바다미술제.
바다를 이기고 싶지 않다는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전시감독의 숨은 의도입니다.
일광해수욕장 곳곳에서 지도를 보며 숨은 보물을 찾듯 매혹적인 작품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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