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시대 온다더니 “악소리 절로 난다”…美주담대 23년만에 최고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3. 10. 1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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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10년물 금리 5% 턱밑
전쟁 지원에 재정적자 커져
국채발행 확대땐 금리 ‘쑥’
연준 “고용시장 계속 뜨거워”
경제지표 호조도 인상 압박
美국채발작 글로벌 우려 속
BoA “주식·회사채는 잘버텨”
19일 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를 대표하는 10년물·2년물 금리가 각각 4.95%, 5.2% 선을 넘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만기 2년 미 국채금리와 만기 10년 미 국채금리가 표시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 ‘고금리 충격’이 번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국채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 전망 상향, 이스라엘 전쟁 지원 등 재정적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어서 당분간 충격이 지속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대비 5.6bp(1bp=0.01%포인트) 오른 4.902%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4.9%를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전 2007년 9월 이후 16년만에 처음이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4일 연속 올랐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bp 이하로 소폭 상승해 5.128%에 마감됐다.

단기물(2년물) 보다 장기물(10년)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준금리 상승을 우려하기보다는 앞으로 미국의 경제 호조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9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미국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월가 기관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향 조정 중이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미국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3.5%에서 4.3%, 기존 3.7%에서 4.0%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이날 공개한 10월 베이지북을 통해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상태라며 미국 경제의 호조를 시사했다. 연준은 “대부분 지역에서 여전히 숙련 노동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각 지역 연준의 경제동향 의견을 취합한 보고서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8%대로 뛰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각종 장기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모기지뉴스데일리의 일간 집계에 따르면, 10년물 국채금리에 주로 연동되는 미국 30년 평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8%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2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난주 주담대 신청지수는 전주보다 6.9% 하락한 166.9를 기록해 1995년 5월 이후 28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월가에서는 경기 호조 외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의 또 다른 원인들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금리가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국채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미 정부가 올해 지금까지 발행한 국채가 역대급인 1조8000억달러에 이르고 연말까지 가면 2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 전쟁 지원을 위해 1000억달러 규모의 원조 패키지 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정 지출 전망이 높은 가운데 전쟁 지원까지 가세하면 재정적자는 확대일로라는 관측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2008년 10월 말 10조6000억 달러(약 1경4000조원)였던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15년간 상승세를 지속, 지난 13일 기준 33조5000억 달러(약 4경5000조원)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차이도 부담이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는 국채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더 많은 보상(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장기물 금리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2년물보다 금리가 낮지만 경기가 호전되는 분위기에선 역전차가 줄고 결국 사라져 10년물 금리는 더 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 국채 금리 상승 전망 가운데 미 국채를 보유한 외국인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금리 변동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인의 8월 미국 국채 총보유액은 전달보다 0.68% 증가한 7조7070억 달러(약 1경449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월 대비 약 2.8% 증가한 수치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큰 두려움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정적자가 증가함에 따라 몇 달 내 떠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이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미 국채 금리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회사채 시장은 잘 버티고 있고, 경제 성장 측면에서 강세 신호를 뜻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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