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인질 잡혔던 노부부···'이것' 대접해 살아남았다 [이-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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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마을에 기습 공격을 퍼부은 날 자택에 침입한 하마스 대원들에게 억류돼 있다가 살아남은 노부부의 사연이 알려져 시선을 모았다.
이들은 침착하게 하마스 대원들을 달래 20시간 버틴 끝에 구출됐다.
에드리는 수류탄을 찬 하마스 대원 한 명이 자신의 얼굴을 총으로 내려치는 등 험악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하마스 대원들을 달랬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에게 사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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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마을에 기습 공격을 퍼부은 날 자택에 침입한 하마스 대원들에게 억류돼 있다가 살아남은 노부부의 사연이 알려져 시선을 모았다. 이들은 침착하게 하마스 대원들을 달래 20시간 버틴 끝에 구출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텔아비브를 방문하는 동안 만난 이스라엘 생존자 중에는 가자지구 경계에서 약 40㎞ 떨어진 마을 오파킴에 사는 라헬 에드리 할머니가 포함됐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다비드 에드리와 라헬의 집에 무장한 하마스 대원 5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이들 노부부를 2층 침실에 가뒀다.
에드리는 수류탄을 찬 하마스 대원 한 명이 자신의 얼굴을 총으로 내려치는 등 험악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하마스 대원들을 달랬다.
그는 이후 이스라엘 매체들과 한 인터뷰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드리는 "그들 중 한 명은 나를 보고 ‘엄마가 생각난다’고 했다"며 "그래서 그에게 '내가 널 도와주고 돌봐주겠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화답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마스 대원들에게 가족에 대해 묻고 차와 쿠키, 콜라 등을 대접하며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하마스 대원들로부터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에드리는 ‘당뇨가 있어 인슐린 주사를 가져와야 한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감시망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에드리는 “인질범들이 제로 콜라가 아닌 일반 콜라를 원했다”면서 "내가 당뇨가 있어서 집에 제로 콜라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웃기도 했다.
이어 "음식을 먹고 나자 그들은 훨씬 진정이 됐다"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잠시 잊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4시가 넘어가자 에드리는 인질범들에게 밥을 차려줬고 이들은 차려진 음식을 ‘말’처럼 아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인질범 중 하나가 이스라엘 가수의 히브루어 노래를, 에드리는 이집트 가수의 아랍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감금 20시간가량 지난 8일 새벽 이들 노부부는 구조됐다. 경찰관인 아들 에비아타르 에드리가 집안 구조를 직접 그려 구조대의 진입을 도왔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에게 사살됐다.
구출 과정에서 집이 파손되고 에드리 가족이 받은 충격도 커 이들 가족은 현재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극적인 사연이 전해지면서 충격과 슬픔에 빠진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 에드리 할머니는 희망의 아이콘이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텔아비브 거리에는 에드리의 얼굴과 애국 여성을 상징하는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의 이미지를 합친 벽화가 등장했다.
AP통신은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에드리를 적군 장수를 살해하기 전에 그에게 음식을 대접한 유대교 성경 속 인물인 야엘(Yael)에 빗대기도 한다”고 전했다.
에드리는 18일 텔아비브에 초청돼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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