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기지 두곳 드론 공격 당해…이란 후원 무장세력 배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라크 학생들이 18일 수도 바그다드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두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국이 이스라엘 편만 든다”고 믿는 아랍인들이 늘어나면서, 반미 정서가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18일 성명을 내어 “드론 두대가 이라크 서부의 아사드 공군기지를 공격했고, 또 다른 한대가 북부 아르빌의 하리르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서부 아사드 기지를 공격한 두대는 요격되어 파괴된 반면, 북부 하리르 기지를 공격한 드론 한대는 요격된 뒤 기체 일부가 기지에 떨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군은 “우리는 경계수위를 높이고 이라크와 주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하며 미군 병력과 연합군을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이라크의 무장단체 ‘이슬람 저항’은 성명을 내어 자신들이 미군기지 공격을 했다며 “미국 점령군에 대한 더 많은 작전”을 예고했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또 다른 무장단체 타슈킬 알와리틴은 북부의 하리르 공군기지의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무장단체들도 무장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은 “이들이 이스라엘과의 확전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이란이 이들의 군사행동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무장세력들은 지난해 휴전이 성립된 뒤 현지 주둔 미군기지나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을 겨냥한 공격을 자제해왔다. 이들이 태도를 바꿔 공격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주변 아랍국 사이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반대하는 정서가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은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작되자 “미국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미군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무장세력의 지도자 아마드 아부 후세인 하미다위는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의 미사일, 드론, 특수부대 병력은 미군이 이번 전쟁에 개입한다면 미군기지를 효과적으로 공격해 미군의 이익을 훼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하는 것을 미국이 돕고 있다며 “이 사악한 자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후가 아닌 생전에 지옥의 불길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약 2500명, 시리아에 약 900명의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