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보지 않은 길 미리 걱정 할 필요 없다"
대전 경찰관 5년 연속 직무 만족도 '1위'
"어려운 시기 제복 벗어 미안… 늘 응원"
[제78주년 경찰의 날 인터뷰] 정용근 대전경찰청장
치안감 10개월 차를 맞은 정용근 대전경찰청장.
정 청장은 1987년 4월 3일 경찰 입직 이후 37년 만에 조직을 떠나게 됐다. 그는 조직개편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인지하면서도, 지역 특성과 경찰 간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일관되고 균질화된 치안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19일 경찰의 날을 맞이해 정 청장을 만나 조직 개편과 대전 치안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 취임 10개월 차를 맞이함과 동시에 퇴직하게 됐다. 소회는?
"지난해 12월 30일 19대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하였으니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취임 당시 이태원 참사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으로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 수준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어 부담이 컸다. 안전 파수꾼 역할에 충실해 시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받는 경찰'이 되겠다는 다짐을 이룬 것 같아 기쁘다. 그간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수준 높은 의식을 지닌 대전시민들과 경찰 동료들이 끊임없이 노력해 준 덕분에 대전 치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정보과 축소 등 조직재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조직재편의 큰 방향은 범죄 예방 및 대응을 중심으로 현장 인력을 배치해 일선 치안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형사 기동대와 기동순찰대, 광역정보계 신설 등 광역화되는 범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본청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지 못한 점이 있다. 물론 현재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준비 과정에서 문제점에 세심하게 대응하고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현재 본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조율할 예정이다. 내달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내년 정기 인사 시 인력 배치 일정에 맞춰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 대전경찰의 특징 및 강점이 있다면?
"대전은 '살기 좋은 도시'라는 별칭이 있다. 치안이 잘 돼 있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대전 경찰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소통과 화합이 잘 되는 조직 문화가 장착돼 있다. 경찰관 직무만족도 조사를 보면 대전경찰은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 전국 시도경찰청 중 1위를 달성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 대전에 왔을 때만 해도 대전경찰청이 없었다. 대전권에 들어오려면 충남권에 갔다가 줄을 서서 겨우 들어올 수 있었다. 스스로 엄청 노력해서 들어온 이들이기 때문에 직무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대전은 도심권의 모든 경찰서가 자리 잡고 있어 지역 특성에 맞는 실효적인 치안 정책을 추진하기 용이하다. 아울러 시민과 지자체, 자치경찰위원회, 협력단체 등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공동체 치안 활동 역시 활성화돼 있다. 앞으로도 대전경찰이 가진 강점을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경찰이 '규제하는 집단'이다 보니 무서운 이미지가 있다.
"우리는 규제하는 집단임과 동시에 시민들 도와주는 '헬퍼'다. 공정하고 친절하게 시민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업무를 공정하게 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면서 시민들 가까이에서 소통해야 한다. 둘 중의 하나만 해선 안 된다. 친절하지만 공정하지 않으면 그건 경찰로서의 자격이 없을 뿐더러, 시민들의 신의도 저버리는 행위다. 오래전 경찰과 지금의 경찰 이미지를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이전에는 잘못한 게 없어도 경찰이라고 하면 괜히 마음 졸이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시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면서 시민들의 시각도 바뀌고 조직도 바뀐다. 앞으로도 공정과 친절을 우선시하는 경찰이 되길 바란다."
△경찰의 날이 78주년을 맞았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난 78년간 경찰조직이 시민 곁을 지키며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건 늘 한결같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시민이 있었기 대문이다. 앞으로도 대전경찰은 시민안전 확보라는 경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며, 경찰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나가겠다. 특히 시민들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한발 앞서 파악하고 신속히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다만 급변하는 치안 환경과 범죄의 다양화와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어,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지금처럼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대전 경찰을 지지해 주길 부탁한다."
△퇴임을 앞두고 있다. 다음 대전경찰청장과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찰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37년이 됐고, 대학 시절을 합치면 40년이 넘는 세월이다. 아쉽지만 정년을 1년 반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고심 끝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게 됐다. 경찰조직 차원에서 어려운 시기에 제복을 벗게 돼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은 78년이라는 긴 세월 굳건히 시민 곁을 지켜온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됐기에, 지금의 시기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전경찰의 일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지휘부를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 준 덕분에 대과 없이 시민의 안전을 지켜올 수 있었다. 그간 본의 아니게 동료들을 힘들고 섭섭하게 했던 일보다는 좋은 일만 기억해 주길 바란다. 남은 동료 여러분이 이제 대전경찰을 이끌어나가는 주역인 만큼 새로 부임하는 청장님과 함께 더욱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을 만들어 주길 소망한다. 다시 한번 동료들과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조직을 떠나도 대전경찰을 잊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겠다."
한편 정 청장은 충청북도 충주 출신으로 1983년 경찰대학 법학과에 진학, 2004년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경찰행정학 석사를 수료했다. 1987년 경찰생활을 시작,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충청북도경찰청장 △경찰청 교통국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지난해 12월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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