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만난 美 전략폭격기 B-52H…“언제든 날아올 수 있다”

핵 탑재 여부 묻자 “확인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어”
마산에서 태어난 한국계 조종사 “한미 협력 놀랍다”

미국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H가 19일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는 모습. 미국 측은 이날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B-52H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일보 제공]

[국방부 공동취재단(청주)=신대원 기자(서울)] 미국이 19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52H가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한 모습을 공개했다.

가을비가 내리는 청주 공군기지 활주로 중앙에는 양 날개에 총 8개의 엔진이 달린 B-52H가 자리하고 있었다.

레이첼 부이트라고(소령) 미 7공군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공동취재단과 만난 자리에서 “주최측과 한국의 초대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 2023)에 참가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에어쇼 참가로 한국민들에게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언제든지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부이트라고 공보실장은 이어 “우리는 상당히 넓은 비행범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ADEX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B-52H는 앞서 경기도 성남 서울비행장 상공에서 ‘플라이 바이’(fly-by·접근비행)를 실시했으며, 처음으로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한반도 전개 계기에 지난 17일 한국 공군과 연합공중훈련을 가진 데 이어 오는 22일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한미일 공중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전략폭격기가 한국 수도권 상공에서 공개비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며, 국내 공군기지 착륙을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남·대미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국제 안보정세 불안을 틈타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북 경고메시지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동시에 한미동맹 70주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H가 19일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는 모습. 미국 측은 이날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B-52H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일보 제공]

B-2, B-1B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B-52H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북한은 B-52H가 한반도를 찾을 때마다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미국 측 관계자들은 B-52H가 이번에 핵무기를 탑재했는 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We cannot confirm or deny)”며 말을 아꼈다.

바네사 윌콕스(중령) B-52H 폭격비행대대 대대장은 “우리는 한국과 맺은 철통같은 파트너십을 지속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서울 ADEX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윌콕스 대대장은 B-52H의 국내 공군기지 착륙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국과 진정으로 통합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윌콕스 대대장은 B-52H 폭격비행대대의 첫 여성 대대장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경남 마산 출생으로 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자가 돼 B-52H 조종사로 이번에 한국을 찾은 사빈 박 대위는 “제 고향으로 돌아와 서울 ADEX를 한국, 미국과 함께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며 “한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협력과 노력을 보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H가 19일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는 모습. 미국 측은 이날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B-52H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일보 제공]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