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거점 병원 중심 협력체계 구축… 최종 치료 지방서도 가능 [정부 필수의료 혁신전략]

이정한 2023. 10. 19. 1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 국립대병원, ‘빅5’급 육성 추진
그동안 ‘기타 공공기관’ 분류 규제받아
필수의료에 한해 예외 규정 등 검토
진료·장비 정부 지원 75%까지 확대
우수 종합병원도 육성… 상급 쏠림 해소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에 총력전
“인력 유출 막을 구체안 없인 공염불”
실효성 있는 정책 빠른 시행 중요 강조

정부가 국립대병원 인건비·정원 규제를 완화하고 집중 투자 계획을 밝힌 건 심화하는 지역의료 불균형을 막기 위해서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의료인력이 몰리고 수도권과 지방병원 간 인력·시설 격차는 벌어지는 탓에 환자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료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이 된다.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붕괴 위기인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빠져나가는 의사들을 붙잡을 구체적인 방안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은 14개 시·도의 국립대병원 17곳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가지 않아도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게 국립대병원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립대병원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비효율적 의료 전달체계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해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내놓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주차된 구급차 앞으로 환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역 의료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방 환자들은 버스와 KTX를 타고 먼 거리를 오가며 수도권 병원을 찾는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 근처 환자용 고시텔에 이른바 ‘환자방’을 구해 지내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는 97만명을 넘었고, 이들이 쓴 치료비는 2조9000억원에 달했다.

환자 쏠림 현상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수도권 병상은 앞으로 5∼6년 내 7900개가 늘어난다.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 9곳은 2029년까지 수도권에 대형 분원을 11개 짓는다. 수도권 전체 병상 3만8000개의 20%가 넘는 병상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의료계는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에 지방병원 의사들이 올 것으로 본다. 필요한 의사 수만 3000명 정도일 전망이다. 지역 의료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거점병원을 육성하고 지역 병원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 중심에 국립대병원이 있다.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민간·사립대병원처럼 임금을 높여주지 못하고 정원도 제한된다. 의사를 새로 채용하기는커녕 빠져나가는 의사도 붙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필수의료에 한해 예외 규정을 두거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 초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한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지역 필수의료 자원 관리 등을 주도할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다. 국립대병원 진료시설과 장비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은 25%인데 이를 7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립대병원이 없는 인천은 길병원을, 울산은 울산대병원을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

각자도생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병·의원 역할도 재정립한다. 전국 70개 중진료권별로 우수 종합병원을 육성해 필수의료 수술·응급 공백과 상급병원 쏠림을 막는다. 만성질환 위주인 1자 의료기관 지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올해 정부가 추진해온 소아암 거점병원 육성,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강화 등 정책과 비슷하다. 한정된 의료인력, 지역 격차가 있는 상황에선 거점병원 육성·지역 병원 협력체계 구축이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줄줄이 개원가로 빠지고 있는 현장에선 정부 지원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빠르게 시행돼야 하고 인력을 붙잡을 유인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아혈액종양학회 보험이사인 이준아 국립암센터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하지만 앞서 발표한 어린이 공공전문센터 적자 사후보상 사업 등도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며 “골든타임이 지나가는데 실효성 있는 정책이 현장에 적용되는 게 너무 느리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이 지역 병원에 남을 수 있게 의료사고 부담을 줄여주고 보상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