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尹정부조차 `속빈 고용데이터` 착시

15~64세 고용률 69.6% 최고치
저임금 일자리만 증가 '속빈강정'
文정부때 '고용의 질 저하' 되풀이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89년 통계를 시작한 뒤 가장 높지만 실제 고용 호황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 저임금 일자리는 늘고, 고임금 일자리는 줄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용의 질 저하는 되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률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고용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15~64세 고용률은 69.6%로 동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9월 뿐만 아니라 올들어 1월부터 8월까지도 역시 매달 역대 최고 고용률이다. 특히 고용률 69.6%는 89년 관련 통계 이래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높다.

높은 고용률에도 경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매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있고, 수출·투자와 물가안정 대책과 관련된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기록한 '불황형 흑자'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올해 세수가 예산 대비 59조원 줄어들 것이라는 초유의 재추계 결과도 나온터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35만 4000명 늘어 전체 취업자 증가폭(30만 9000명)을 웃돌았다. 여성 취업자는 26만명 늘어, 남성 취업자(4만 9000명 증가)와 비교해 월등히 많다. 특히 지난 4월 기준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9만 7000명 줄었고, 숙박 및 음식점 17만 1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는 14만 4000명 늘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에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창출하는 노인 일자리가 다수 포함돼 있다.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를 보면, 제조업은 임금근로자 60.5%가 3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 300만원 이상 받는 근로자 비율이 14.9%에 불과하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도 21.9%에 그친다. 중산층 일자리는 줄고, 파트타임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의 양은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일자리 착시 현상은 정권이 바뀌어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8~2021년에도 제조업 취업자는 매년 감소했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도 매년 10만명 이상 늘었다. 다만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상당폭 줄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거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인 고용이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고 고용률'이 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고용률이 높다, 취업자 숫자가 많이 늘었다는 것으로 고용 시장이 양호하다고 간주하는 잘못된 정부 인식이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며 "주 40시간 근로에 미치지 못하는 파트타이머가 늘고 있으며, 60대 이상 일자리가 고용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