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편드는 美에 등 돌리는 아랍권… 反美 정서 고조

박영준 2023. 10. 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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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일으킨 공습 주체를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서자 이에 불만을 품은 아랍권의 반미(反美)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중동 지역에서는 병원 참사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평가에 깊은 회의론이 있다고 전하며 "이 지역에서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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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공습 주체 두고 네탓 공방 속
美 “병원참사 지하드 오폭이 원인”
레바논 美·獨 대사관 시위 이어져
이라크 미군기지엔 드론 공습도
워싱턴 연방의회 앞 500여명 집결
“휴전” “학살 지원 반대” 외치며 대치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일으킨 공습 주체를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서자 이에 불만을 품은 아랍권의 반미(反美)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결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텔아비브 신화=연합뉴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중동 지역에서는 병원 참사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평가에 깊은 회의론이 있다고 전하며 “이 지역에서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 국방부 데이터를 근거로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과는 무관하며 가자지구 내 또 다른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오폭(誤爆)으로 보인다고 말하자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파디 장관은 “사람들이 이 말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독립적인 국제기구의 조사로 이스라엘의 소행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도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 측 소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관련된 증거를 국제기구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대학교 학생들이 17일(현지시간) 밤 뉴욕에 있는 워싱턴광장 바닥 타일에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글씨를 쓰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일관되게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대학가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뉴욕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를 편 드는 미국을 향한 아랍권의 분노 여론은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날도 레바논 주재 미국·독일 대사관 앞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려 대사관을 향한 투석 공격이 이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한 레바논 남성은 자신을 이슬람교도가 아닌 기독교인이라고 밝히며 “미국에 항의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라크 미군기지도 공습을 받았다. 이날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드론 2기, 북부 알하리르 공군기지에 드론 1기의 공격 시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무장정파 세력이 공격 배후를 자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정책을 이어가는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대인 진보성향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활동가와 시민들 500여명은 이날 워싱턴 연방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당장 휴전하라”, “학살을 지원하지 말라”고 적힌 팻말 등을 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18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 아우카르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을 ‘분노의 날’로 규정하고 시위를 촉구했다.    아우카르=AP/뉴시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캐롤 카납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폭격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그것은 완전한 대량 학살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전멸시키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포크송 가수라고 소개한 그는 “미국 시민으로서 나의 세금이 그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에서 왔다는 유대인 브람 메슬라는 “이스라엘 정부는 75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인종 차별을 가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의원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맹국 무기 지원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했던 조시 폴 국무부 정치군사국 의회·공보국장은 이날 “분쟁 당사자 한쪽에 더 많은 무기를 투입하는 정책을 따르기 위해 일할 수 없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지원 정책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이며,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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