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없는 정쟁 '지긋지긋'···현역 의원에 다시 투표 안해" [총선D-6개월, 이제는 민심의 시간]

김예솔 기자 2023. 10. 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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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편> 극한 대립 정치에 들끓는 표심
상대방 비방전도 모자라 내분까지
자기만 생각하는 '여의도'에 체념
교통지옥·소상공인 매출 급감 등
지역구 현안 외면에 거센 '심판론'
여론조사서도 재선 찬성 26% 그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는 국회 앞 길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들이 민생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 같습니다.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다니는 정치인들이 과연 매일 힘들게 출퇴근하는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알까요?” (수도권 거주 20대 여성 A 씨)

“여야가 국익과 관계없이 (지역·성별·세대·종교 등) 계층별로 국민 갈등만 부추겨요. 정부와 집권 여당은 갈등 해결뿐 아니라 국익을 위한 비전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거주 60대 남성 B 씨)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각자 민심을 살피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출퇴근길이나 재래시장 등 일상에서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쟁에 빠진 여야를 지긋지긋해하며 내년 4·10 총선에서 양당을 심판하겠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여야 모두 내부 계파끼리 당권·공천 등을 놓고 기싸움을 하거나 상대 당에 대한 비방전에 몰두하고 있지만 정작 표심은 양당 어느 쪽에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본지가 4·10 총선을 약 6개월 앞두고 유권자들의 목소리와 여야 동향을 총 3편의 시리즈로 살펴본다.

19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지하철 2·9호선 당산역 주변은 인파와 차량으로 붐볐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광역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할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버스에서 몰려나왔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승강장에는 대기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시민들은 인파 틈을 비집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수원시에 거주하면서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한다는 한 30대 여성은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갈수록 더 악화되는 것 같다”면서 내년 총선에 대해서는 “여야(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중 뽑고 싶은 정당이 없고 현재 지역구 의원에게 다시 투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본지와 만난 시민들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민주당 간 대립이 격화되고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 정책 수립 활동은 미흡해지고 있다며 한결같이 비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정쟁에 집중하고 일상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깊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과 서울역을 오가는 한 광역버스 안은 승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정부의 광역교통 대책을 기대하고 2년 전 양주신도시의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지하철 연장과 같은 교통 대책이 당시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면서 “정치권은 사회의 여러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각종 지역 발전 공약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바뀌는 게 없다 보니 분노보다는 체념을 하게 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들어 방문객과 매출이 어느 정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지난여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정치권에서 이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었다. 한 60대 상인은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여야 어디에도 투표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정치권의 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서민·후세를 위한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필요한 예산을 마구 삭감하는 것 같다”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를 게 없고 자기들 살길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양당 중심 정치 체제를 비판하면서 잇따라 등장한 ‘제3지대’ 정당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또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곳곳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 만난 한 70대 택시 기사는 거리에 붙은 현수막들을 가리키면서 “저런 것들을 다 없애면 좋겠다”며 “어떤 현수막에는 원색적인 비난·비방 문구가 있어 불쾌하고 저기에 적혀 있는 대로 믿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민심을 반영해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 길거리에 걸려 있는 정쟁성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고 이와 유사한 목적의 각종 당내 태스크포스(TF)도 대폭 정리하기로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전국에 게첩된 일체의 정쟁형 현수막을 지금 이 시각부터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당협별로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발적 정쟁 자제를 통해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정쟁에만 몰두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반감이 드러났다. 본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차 정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속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 지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51.6%가 반대했고 찬성은 26.9%에 그쳤다. 해당 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휴대폰 가상 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한국갤럽 조사가 10.1%, 메트릭스 조사는 13.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유정균 기자 ev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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