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모습 드러낸 공익신고자, `정의`란 무엇인가

2023. 10. 19.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그동안 경기도 7급 공무원 A씨라는 익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경기도 법인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공무원을 자기 집 하인 부리듯 했다고 공익 제보한 조명현 씨가 스스로 얼굴과 이름을 밝혔다.

사연은 조씨가 당초 19일에 있을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취소시켜 증언을 할 수 없게 되자 기자회견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때 공개되어 김혜경 씨가 자신의 불찰이라며 사과하고 이후 대선 과정에서 사라진 바로 그 사건이었다.

필자가 이 사건을 보고 '정의'를 떠올린 이유는 조명현 씨의 공익제보를 두고 입장에 따라 어쩌면 그렇게 정반대의 해석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공무원이 경계해야 할 기본적 공직 윤리에 관한 사실 판단의 문제이지 정파나 이념,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는 복잡한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각 진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둘로 갈라져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할 기본적인 '정의'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졌다.

사건의 본질은 이재명 지사와 부인 김혜경 씨가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가 있던 배모 씨를 경기도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데리고 들어가 집사처럼 부렸고, 배씨 밑에 7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조명현 씨를 채용해 각종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도저히 공무원이 해야 할 공직자로서의 업무가 아니라 당시 이재명 지사와 김혜경 씨의 개인비서나 하인의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거의 모든 비용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휴일이나 주말에 구입한 것은 조씨의 개인카드로 먼저 결제한 후 평일에 카드 바꿔치기를 했고, 현금으로 구입하면 비서실에서 조씨 계좌로 송금해 주었다. 조씨의 주장은 대부분 배씨와의 카톡 대화나 문자 지시, 계좌내역, 그리고 사진 등의 증거로 뒷받침되어 있다.

보도를 통해 국민이 알고 있을 내용을 굳이 여기서 반복한 이유는 이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경기도지사와 부인의 이러한 행위가 과연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직윤리에 부합하는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은 행위의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판단의 문제다. 따라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공동체의 시각은 모두 같을 수밖에 없다. 선악과 시비, 미추와 곡직의 판단 기준인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적어도 단순명료한 사실에 관해서는 동일해야만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일가가 공무원을 하인 부리듯 하고 생활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행위가 경기도나 대한민국의 더 중요한 대의를 위한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가치 판단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일이고, 본인 스스로가 증거와 함께 해명하면 될 일이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어떤 해명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 사안이 별것 아니라거나 다른 공직자들도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쓴 의혹이 있다면서 핵심을 흐린다. 조명현 씨의 제보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거나 재판을 통해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면서 이 대표를 변호한다.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위법성 여부일 뿐, 공직자로서의 윤리와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 가치는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이런 행위가 반드시 밝혀져야 할 이유는 그가 필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부라면 그저 비난하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직자를 하인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혈세를 개인적으로 착복해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국민이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아랫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다 못해 자기 부인에게까지 책임을 떠넘기면서 난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X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는가, 냄새만 맡아도 누구나 아는 것이지. 냄새가 폴폴 나는데도 향기롭다고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누구 방귀도 향기롭다고 아첨하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아무리 공천이 중요해도 사람이라면 차마 그럴 수는 없지 않겠나.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