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요르단강 서안 일촉즉발…팔 자치정부 있으나마나
하마스 인기 치솟아…"가자 지상전 때 축적된 분노 터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하는 것과 반비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마무드 아바스(88) 수반의 대중적 지지와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PA가 다스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PA가 통제력을 상실하고 이스라엘군과 주민들이 정면충돌하는 대규모 폭력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면서 PA와 아바스 수반을 규탄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전날 벌어진 가자지구 알아흘라 아랍병원 폭발 참사를 계기로 시위가 다시 격화된 가운데 시위대가 "대통령(아바스 수반) 타도"를 외치며 아바스 수반에 분노를 집중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서안지구 나블루스의 시위 현장에서 한 참가자는 "우리는 2개의 정부, 즉 이스라엘·PA와 싸우고 있다"고 WP 취재진에게 말했다.
또 몇몇은 하마스를 상징하는 녹색 옷차림에 하마스 깃발을 흔들었는데 이는 PA 집권 정파 파타의 본거지인 이곳에서는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인 인명 피해가 불어나고 PA의 라이벌 하마스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PA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통제권을 유지하고 폭력 저항 요구를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아바스 수반은 그간 계속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평화 프로세스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꿈이 지난 30년 가까이 좌절을 겪어오면서 PA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유엔에 따르면 서안지구를 야금야금 잠식하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50만 가구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행위도 크게 늘었다.
이제는 이스라엘 사상 가장 극우적인 정부로 꼽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인사들이 대놓고 서안지구 합병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과 양측 간 충돌이 심해져 올해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이 189명, 팔레스타인인 손에 숨진 이스라엘 국민이 25명으로 유엔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게다가 파타와 아바스 수반은 하마스에 참패한 2006년 총선 이후 단 한 차례의 총선이나 대선도 치르지 않고 반대파를 탄압하며 집권을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이들이 부패·무능하다는 인식과 대중적 환멸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요르단강 서안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PA 해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반대를 앞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PA를 잘 봐주면 무능하고 나쁘게 보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의 조력자로 보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맞아 아바스 수반이 무기력하게 대응하면서 그에 대한 환멸감이 더 커졌다.
그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터진 이후 나흘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닷새가 지난 12일에서야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늑장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바스 수반과 전에 함께 일하기도 한 팔레스타인인 변호사인 디아나 부투는 PA와 그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는 말할 능력이 있지만, 지난 7일(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그는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쌓인 분노가 커지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침공에 나설 경우 대규모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PA의 통제권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나블루스의 파타 지도자인 무함마드 함단은 아바스 수반을 옹호하면서도 이번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를 억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WP에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를 원한다"며 "사람들이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암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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