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 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개관…"이 공간이 표준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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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예술을 위한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문을 열었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예술인의 꿈과 염원이었던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개관 소감을 밝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24일 정식 개관하는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2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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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설치한 핸드레일 300m…"장애·비장애 구분 아닌 통합 지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예술을 위한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문을 열었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예술인의 꿈과 염원이었던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개관 소감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공연장의 의미는 '모두'라는 이름 안에 다 들어있다"며 "'ㅁ'은 그동안 장애예술인들이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예술활동을 해왔다는, 'ㄷ'은 이제는 이들이 열린 공간에서 활동하게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24일 정식 개관하는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2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원래는 580석 규모의 공연장이던 구세군빌딩 아트홀을 2년에 걸쳐 개조했다. 공간 설계에만 7개월이 걸렸다. 설계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이동 편의성'이다.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5층으로, 공연장과 매표소, 연습실, 분장실 등 주요 시설이 있는 각 층의 바닥은 높낮이 차이를 없애 평평하다.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등 어쩔 수 없이 높이 차이가 나는 공간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객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이 아닌 슬로프를 설치했다.
건물 벽 곳곳에는 시각 장애인의 보행을 도울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공연장 전체 설치된 핸드레일 길이만 300m에 달한다. 화장실, 수유실, 매표소 등 모든 공간 앞에는 점자 안내판을 부착했다. 방음이 필요한 연습실, 공연장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공간의 문은 자동문으로 버튼을 누르면 열린다.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 크기와 위치, 구조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블랙박스형이다. 좌석은 1층 209석, 2층 최대 50석으로 휠체어석 좌석 수는 상황에 맞춰 가변적으로 조정한다. 기존의 공연장이 주로 무대 뒤쪽에 두는 휠체어석을 1층 가장 앞줄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2층은 고정된 의자가 아예 없는 평평한 바닥으로 설계했다.
오세형 공연장추진단TF 단장은 "해외 주요 국가들을 봐도 이 정도 시설을 갖춘 곳은 찾기 힘들다"며 "시설뿐 아니라 '접근성 매니저' 직원이 상주하면서 시각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분이 오시면 역으로 나가 안내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장애인들에게는 '환경이 바뀌면 장애는 없다'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에서 공연을 본 중증장애인 관객은 어느 극장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했다"며 "다른 극장의 경우 가기 전부터 편의시설이 어떻게 돼 있는지 검색해야 하고, 안내원을 불러 요구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이런 불편함을 10개라고 한다면, 이곳에서는 8개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을 떠나 (장애가 있는 관객을 위해) 사람이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공간이 다른 공연장에도 표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두예술극장에서는 장애예술인의 작품이나 장애를 다루는 작품을 주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난 13∼14일 공연된 무용 '21°11′'는 장애로 인한 근육의 경직에서 독특한 움직임을 발견한 작품이었고,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19∼22일)와 '데모크라틱 세트'(19∼20일)는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호주의 예술단체 백투백시어터의 작품이다.
그렇다고 모두예술극장이 장애예술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김 이사장은 "예술이라는 것이 장애인들끼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많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예술을 하는 지원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공간이 장애인, 장애예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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