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현동, 인섭이 형 신경 써줘라'…유동규에 지시"…공소장 적시

李, 로비스트에 성남시장 출마 도움 요청…2005년부터 정치적 관계 유지
정진상, 청탁 받고 성남시에 "요구대로 해줘라"…공사 배제도 로비스트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불구속기소한 검찰은 이 대표가 "김인섭(로비스트)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특혜를 부여하기 위해 유동규에 백현동 사업 특혜를 부탁했다"고 판단했다.

1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2일 이 대표를 백현동 의혹 관련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경위를 이처럼 적시했다.

3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 및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인섭씨와의 관계 형성 경위, 공영개발 용도로 백현동 사업을 진행하려던 이 대표의 방침, 그리고 김씨가 민간업자와 결탁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 청탁한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또 이 대표는 1995년경부터 성남시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김씨의 인맥 등을 적극 활용해 정치 입문 계획을 세웠다. 2005년 중반경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할 테니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정치적 관계를 맺었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당선 이후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주거용도 불허 및 공영개발을 통한 이익환수'라는 방침을 정하고 2014년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담은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을 변경,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분양하는 사업 추진을 마음 먹고, 김씨가 이 대표와 친분이 각별해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영입했다.

정 대표는 앞서 성남시에 "백현동 부지를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김씨의 조언을 듣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개발하겠다"며 두번째 용도변경을 요청했다.

성남시는 이후 두 차례 민간업자의 용도변경 허가를 반려했다. 그러나 당시 시 정책실장이던 정 전 실장은 김씨에게 "잘 해 주려고 반려한 것"이라고 말하고 시 관계자에게 "사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줘라"고 지시했다.

정 대표는 시 관계자로부터 "아파트 용지 비율을 60%로 해 용도변경을 신청하라"는 말을 듣고 1000억원 상당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따랐다. 동시에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와 민간합동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공사는 민간제안대로 사업에 참여하면 1230~2635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당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사업에 참여 시 200억원의 확정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3.9.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검찰은 시가 이후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는 용도변경을 결정한 사실을 두고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필수 절차인 국토부와 시의회 등 상위기관 승인 과정을 생략했다고 본다.

이런 결정에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초선에 기여한 김씨의 경제적 이익 확보와 향후 선거과정에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부지 변경 이후 실제 사업 과정에서 공사가 배제된 것도 김씨의 청탁 영향으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정 대표에 "김씨가 2층과 공사 배제 논의 중이니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도시관리계획 변경 보고서에 공사 참여를 누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보고를 승인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과 공사 백현동 사업 담당자들은 시 측에 "사업참여 시기와 방식을 알려달라"고 문의해 참여배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이같은 이유를 묻는 유 전 본부장에 "정진상이 김인섭과 이야기가 됐다고 해서 배제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김씨와 결탁해 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고 민간업자에 1356억원의 이득을 취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