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의대 증원, 정치 포퓰리즘에 휘둘려선 안돼

2023. 10.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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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논쟁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의대 증원 이슈가 또 하나의 사회내분으로 비화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반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의대 증원 이슈가 수단화될 여지가 농후하다.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의대 증원 이슈에 숟가락을 꽂는 행태가 판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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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의료 현실 최우선으로 삼고
건강권 확보·의료발전 취지 지켜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 증원' 논쟁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부터 야당의 당 대표 사법리스크까지 압도할 만큼 강력한 블랙홀이 됐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논의의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도 사안의 중요성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무너진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는 확실히 선 게 분명하다. 국민 편익을 우선시하면 의료계도 반발할 명분이 없다. 으르렁대던 여야도 모처럼 의대 증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속을 들여다보면 자기 중심의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다. 의대 증원 이슈가 또 하나의 사회내분으로 비화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정부는 당장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을 통해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공감을 기반으로 의견을 도출한다는 자세는 기존의 불도저식 정책 밀어붙이기보다 훨씬 바람직한 태도다. 내년 상반기 이후 구체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 일정과 겹치는데 정치적 의견수렴 면에선 긍정적이다. 반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의대 증원 이슈가 수단화될 여지가 농후하다.

이미 그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의제 설정의 모호함과 효과성의 문제다. 의대 정원 이슈는 원래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로 드러난 비인기 의료분야의 현실이 도화선이 됐다. 의대 증원을 했다고 비인기 분야의 의사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다. 숫자가 늘어난다고 자발적으로 비인기 분야로 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지방의 낙후된 의료서비스와 지방소멸의 관점이다. 병이 나면 서울로 올라오려는 문제를 의대 증원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갈증이 크다. 이는 지방의 인구위기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제쳐놓은 정치적인 표 거래를 둘러싼 암투가 엿보여 우려스럽다. 여권에선 이미 의대 증원을 놓고 표 계산이 분주하다. 지지율과 지역 선거 민심 확보를 위해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간호사법 반대로 간호사 지지층을 잃은 데 이어 의사 표심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정치공학적 계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원을 늘릴 것이냐, 의대를 신설할 것이냐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지방에서 총선 출마에 나서려는 정치인들은 지방 의대 신설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의대 증원 이슈에 숟가락을 꽂는 행태가 판을 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의대 증원의 결말도 뻔하다. 우선 의제 세팅을 분명히 하기 바란다. 의대 증원 혹은 의사 수 확대에는 의견이 일치돼 있다. 그보다 이번 이슈가 무엇을 달성하기 위함인지 큰 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는 국민 건강권 확보이며, 둘째가 국내 의료 발전일 것이다. 아울러 이해관계자는 눈치 보지 말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에서도 이와 같은 원칙을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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