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개월 만에 끝난 신풍제약 코로나 치료제 광풍... 도전-포기 반복, K바이오 신뢰도에 상처
주가 27배 급등... 기업들 특수 누렸지만
손에 쥔 코로나 치료제 하나도 없는 현실
"과도한 주가 부양, 실력 부족 자성해야"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신풍제약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에서 결국 좌절했다. 중증화율을 억제하지 못하며 사실상 개발에 실패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반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여러 국내 제약사에 이어 신풍제약까지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된 가운데, K바이오를 잠식한 불법 주가부양 의혹 등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다음 감염병 대비를 위해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말라리아 치료제, 약물 재창출 실패
19일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임상 3상에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날 공시했다고 밝혔다. 입원이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비율인 중증화율에서 피라맥스와 위약(가짜약)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신풍제약은 "유효성과 안전성 상세 분석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개발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신풍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사실상 종료 수순으로 보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던 피라맥스를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2020년 4월) 지 42개월 만이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임상을 위해 2021년 147억 원, 지난해 176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232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며 한때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팬데믹 전 7,000원 대였던 주가는 2020년 9월 무려 27배가 오른 21만4,000원까지 폭등했다. 이후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따라 하락을 거듭하더니 3상 실패 소식이 알려진 이날 18.9%나 떨어진 1만1,030원을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신풍제약은 불법 주가 부양, 횡령 의혹 등에 휩싸이며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었다. 주가가 최정점이던 2020년 9월 자사주를 매각하며 2,154억 원의 수익을 확보한 신풍제약의 2019년 영업이익은 56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엔 임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따른 검찰 조사로, 지난달엔 미공개 정보 활용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금융위원회 강제조사로 파문이 일었다.
기업 믿은 소액주주들이 손해 떠안아
이런 상황은 신풍제약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일양약품은 2020년 3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이슈에 편승한 주가 부양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녹십자, 대웅제약, 부광약품, 대원제약 등도 줄줄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기하면서 해당 기업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떠안았다.
신약 개발 도전과 임상 포기가 거듭되는 동안 K바이오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후속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아직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넨셀, 샤페론, 현대바이오 등도 2상 완료 후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3상 진입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협업한 일동제약의 '조코바'는 긴급사용승인에 실패한 뒤 10개월째 정식 허가 '심사 중'이다.
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주요 개발사들이 의도했든 안 했든 임상이 주가에 영향을 주다 보니 조심스러운 경영 판단이 필요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 이외에도 개발 중단이 부지기수인 신약 개발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에서도 경험은 쌓이는 만큼 전략적으로 이를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발 실력을 반성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다음 팬데믹을 대비해 정부 주도로 하는 톱다운 방식의 집중력 있는 연구개발(R&D) 지원 매뉴얼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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