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절단 139명 동행···'에너지위기' 대응
포스트오일시대 대비 경협 다각화
현지 분쟁속 중추국가 역할 모색
"피해자들에 200만弗 인도적 지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의 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139명의 경제인을 동반한 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강행하는 것은 중동과 한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중동 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 리스크 및 에너지 위기 우려 등 대내외 경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면 분쟁 중재 당사국으로 나서고 있는 사우디와 카타르의 경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 않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어서다.
국빈방문의 초점은 국제정치보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 교류 확대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와 동맹 관계인 미국이 이스라엘 지지를 기반으로 분쟁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편 가치’를 중심으로 한 연대를 내세우기 복잡한 상황이어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역시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38%, 가스 수입의 21%를 사우디와 카타르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 강화가 핵심 의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 추석 연휴에도 사우디의 네옴 프로젝트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협에 따르면 이번 순방에는 이 회장과 정 회장 외에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이 함께한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에 130개사, 카타르에 59개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35곳, 중소·중견기업 94곳이다. 공기업 및 경제 단체도 총 10곳이 동행한다.
대통령실은 경제협력 확대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면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수석은 “(사우디와 카타르는) 탄소 기반의 ‘중동1.0’을 넘어 탈탄소 기반의 ‘중동2.0’을 만들고자 한다”며 “첨단 제조 기술력과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중동 국가들의 미래 비전을 달성하는 데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중동 순방에서는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일정들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사우디에서는 양국 경제인 3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사우디 투자 포럼’이 열린다. 순방 3일째에 열리는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에서는 사우디의 중점 육성 분야인 디지털·청정에너지·바이오·우주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같은 날 ‘한·사우디 건설 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도 윤 대통령은 사우디 미래 비전의 핵심인 ‘네옴시티’ 등의 메가 프로젝트에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카타르 방문 첫 일정은 ‘도하 국제원예 박람회’가 될 예정이다. 박람회 한국관을 찾아 우리의 우수한 스마트팜 기술을 참관하고 청년 기업인들을 격려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사우디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윤 대통령이 올 한 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을 내세우고 외교전을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 분쟁 조기 안정화를 위해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충돌과 관련해 200만 달러(약 27억 2000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도 청년들을 두루 만나 소통한다. 사우디에서는 ‘킹사우드대학교’를 찾아 강연을 펼치고 카타르에서는 교육 도시를 방문해 청년 세대와 대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주요 국가들을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 세대들을 만나왔다.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일본 도쿄의 게이오대에서 강연을 펼친 것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스테이션F’를 방문해 청년 기업가들과 소통하는가 하면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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