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벌써 전후 구상? "전쟁 끝나면 가자지구 줄어들 것"(종합)
야권 지도자 "하마스 격퇴후 팔 자치정부에 돌려주는 게 최선"
바이든, 네타냐후에 '9·11 실수 말라' 과잉보복 자제 당부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계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기습당한 뒤 대대적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벌써부터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한 뒤 '출구 전략'을 아직 세우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가자지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스라엘 정부 각료의 발언이 시선을 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더 이상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영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구체적 의미는 불분명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기습 공격의 표적이 된 국경 근처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넓은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분석가들의 제안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코헨 장관의 발언이 민간 시설이 없는 비무장 완충지대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요르단강 서안이나 동예루살렘처럼 가자지구에도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자 하는 민족주의 우파에게는 가자지구 영토를 일부라도 비워두는 완충지대가 탐탁잖을 수 있다.
극우 성향 정당과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재집권에 성공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함께 연정을 꾸린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하루 만인 지난 8일 "악의 도시에서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하마스가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선언했지만, 하마스를 몰아낸 이후에 대해서는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정가에서는 19일 처음으로 전후 구상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네타냐후에게 총리직을 내주고 지난 연말 물러난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최선의 방법은 하마스를 격퇴한 뒤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 방식도 이상적이지는 않다면서 "출구 전략에 관해 묻는다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장악을 국제사회가 돕고 이 과정을 (이스라엘이) 돕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위해 일하는 약 2만명의 인력이 있고, 자치정부가 원격으로 통제하는 시설과 민간 기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가자지구를 점령 또는 재점령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 지도자의 언급이어서 무게를 싣긴 어려워 보인다.
출구전략을 놓고 이스라엘과 미국 정가에서는 하마스의 작전용 땅굴을 포함한 가자지구 인프라를 파괴한 뒤 주민들을 이집트 국경으로 내쫓는 방안, 하마스 대원을 최대한 사살 또는 생포한 뒤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이스라엘이 출구전략을 아직 세우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고,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전후 계획에 집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분노를 느끼더라도 휩쓸려서는 안 된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분노했다. 정의를 얻었지만, 실수도 저질렀다"며 침착한 대응을 조언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내걸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으나 2021년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내주고 철군하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합당한 무력 사용과 가자지구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고려하도록 압박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meolakim@yna.co.kr,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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