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번째 ‘주가조작’ 되나…거래정지 영풍제지에 속 타는 개미들
주가조작 가능성…수사당국 '조사중'
울분 터진 개미들…'사후약방문' 지적도
전문가, 사전 적발 시스템· 처벌강화 강조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아니, 하한가 뜨고 거래정지 되기 전에 미리 잡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식 초보입니다. 최근에 투자했는데 거래정지면 어떻게 되나요. 급전이 필요해도 아예 못 빼는 건가요”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 꿈의 주식이라 불린 영풍제지(006740)가 불과 10분 만에 하한가로 고꾸라지면서다. 수사·금융 당국은 주가조작 가능성을 열어두고 거래를 정지했다. 올해만 800% 폭등하며 개미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영풍제지가 불공정 거래 의혹에 휩싸이자 투자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영풍제지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꿈의 주식’ 중 하나로 불렸다. 하한가로 떨어지기 전인 17일 기준 올해만 814.76% 상승하며 코스피·코스닥 종목 전체에서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 증시를 뒤흔든 2차전지나 의료용 인공지능(AI)이 아닌 종이·제지 회사가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이목을 끌었다.
올해 초 5000원 대 수준이었던 영풍제지의 주가는 꾸준한 상승하다 지난 8월에는 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 6월 2차전지 사업에 확장하겠다고 나서면서 ‘2차전지 개미’들을 끌어모았고, 2차전지 업종 전반이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17일 기준 올해 영풍제지의 개인 투자자 기준 누적 순매수는 299억원 수준이다.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한 배경 중 현재 가장 유력하다고 손꼽히는 것은 주가조작 의혹이다. 영풍제지의 행보가 이전에 발생한 ‘라덕연 사태’, ‘하한가 5개 종목 사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불공정 거래에 연루된 종목 모두 장기간에 걸쳐 1~3%씩 꾸준히 주가를 올리다가 단숨에 매도물량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을 활용했다.
영풍제지가 지난달부터 특별한 재료 없이 꾸준히 600만~700만주의 거래량을 기록했다는 점도 ‘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거래)’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검찰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요 피의자를 긴급체포하고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잇따른 주가조작으로 증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금융·수사 당국의 ‘사후약방문’이 된 정책과 제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미 금융당국은 약 한 달 전부터 영풍제지의 이상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패스트 트랙으로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의 수사 도중 영풍제지 주가는 하한가로 고꾸라지고, 매매거래는 정지됐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불공정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도 더 강화해야 이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에서는 내년 1월부터 불공정 거래로 얻은 이익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처벌이 약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 가담만 해도 강력하고 엄하게 처벌하고, 주가조작으로 벌인 돈 혹은 그 이상을 몰수해야 불공정 거래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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