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농구 한국 선수들 "맞대결 생각보다 리그 적응이 우선"
2020년부터 B리그서 뛴 양재민 "이번 시즌엔 증명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일본프로농구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 세 명은 모두 '적응에 급급하다'며 한국에서와 달리 '외국 선수'로 뛰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호스즈 미카와에서 뛰는 이대성은 19일 일본 B리그가 주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시즌) 초반 4경기를 치렀는데 사실 많이 아쉽고 불만족스럽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상황이라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2023-2024시즌 정규리그 4경기에서 평균 7.3점을 기록 중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 뛴 지난 시즌 평균 득점은 18.1점이었다.
이대성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고 짚었다.
바로 자신이 아시아쿼터 선수라는 점이다.
190㎝이 넘는 이대성은 자신이 일본 가드들을 상대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시아쿼터 제도로 합류한 터라 코트에서 맞붙는 이들도 같은 아시아쿼터 선수나 귀화 선수들이었다고 한다.
이대성은 "내가 2m가 넘는 선수들을 막는 상황도 나왔다. 예상하지 못해 초반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런 도전 끝에 선수로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치면 (창원 LG의) 저스틴 구탕 같은 선수가 외국인 선수를 막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은 구단이 아시아쿼터나 귀화 선수 중 하나를 선택해 영입할 수 있는데, 첫 경기에서는 내가 210㎝가 넘는 선수를 4쿼터에 막아야 할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도, 선수로서도 더 나아지려고 해외 진출을 선택한 것"이라며 "딱 그 목적에 현실이 부합한다. 경기 스타일 등 어려운 부분이 많더라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우리나라 선수들이 KBL 밖 리그를 두드려보기를 권했다.
이대성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이 결국 전체 집단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며 "KBL도 훌륭하고 역사가 깊지만, 그 이상의 리그가 세계에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선, 편견 등을 보면 우리는 해외 진출에 인색하다.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시스템이 성장하려면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며 "일본이 더 나은 리그라서 여기 오라는 게 아니다. 새로운 걸 다양하게 접하자는 뜻"이라고 짚었다.
올 시즌에는 장민국도 나가사키 벨카에서 뛴다. 지난 시즌까지 서울 삼성에서 뛰다가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이대성은 장민국 등과 '한국인 맞대결'을 기대하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생각할 여력이나 있을까"하고 반문한 이대성은 "전부 팀에서 여유가 없다. 각자 역할, 책임감, 부담이 크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는 장민국도 마찬가지였다.
장민국은 "KBL에서 10년 정도 뛰었는데 여기는 완전히 다르다"며 "외국인 선수가 여긴 2명이고, 빅맨 말고 포워드도 있다. 내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성, 양재민 선수나 나나 다 팀에서 여유가 없다. 잘 적응하고 다들 부상만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민국은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이대성의 지론에 공감했다.
장민국은 "직접 해보니 외국에서 도전하는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다. 더 존경하게 된다"며 "인간적으로나, 농구 측면에서 성장하고 싶다면 해외에 나가면 된다. 다양한 농구를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해외에서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한국도 그런 선수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달 10일 막을 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으로는 유일하게 3승(2패)을 올렸다.
지난해 유럽농구선수권대회 8강에 오른 강호로, 미국프로농구(NBA) 유타 재즈의 간판 포워드 라우리 마카넨이 버티는 핀란드도 98-88로 잡았다.
2020년부터 일본에서 뛴 양재민(센다이)도 외국 선수로서 성적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양재민은 "형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매 경기 준비할 게 정말 많다"며 "B리그에서 3, 4년 차가 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이번 시즌은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대성이 형, 민국이 형처럼 KBL에서 오래 뛴 선수들이 왔다. 한국에서 B리그의 인지도도 높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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