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데 들리는 속삭임은 '환청'일까

박건희 기자 2023. 10. 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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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은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실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험 초반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인 훨씬 더 시끄러운 버전의 녹음본을 들은 집단에서도 '어떤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연구를 진행한 오레픽 박사는 "뇌가 환각 상태와 음성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청을 일으키는 신경학적 원인은 뇌가 환경으로부터 오는 모순된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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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환청은 뇌가 환경으로부터 받는 모순된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환청은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실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 인지뇌과학과 연구팀은 환각의 일종인 '환청'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연구결과를 지난 2일 학술지 '사이콜로지 메디신'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이 환청 증세를 호소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환청의 정도를 측정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2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정신 질환 진료 기록이 없는 일반인 남성, 여성으로 구성됐으며 실험의 진짜 목적은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본격적인 실험에 투입되기 전 프랑스어 단어 몇 개를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등 뒤에 막대기가 설치돼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들이 눈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막대기가 참가자의 등을 콕 찌른다. 이때 한 집단에서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막대기가 반응하고, 다른 집단에선 버튼을 누른 뒤 약 0.5초 후에 막대기가 움직인다. 버튼을 누르는 시간과 실제 반응이 느껴지는 시간 사이에 약간의 간격을 둔 것이다.

이는 앞서 2022년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와 같은 방식으로, 당시 실험 참가자들은 버튼을 누르는 시간과 실제 반응 간 차이가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 뒤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찰나의 순간 귀신 같은 존재가 빈 공간에 함께 있는 것 같은 특이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선 참가자들에게 '분홍색 소음'도 들려줬다. 분홍색 소음은 해변에서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 낙엽소리, 빗소리처럼 백색소음보다 좀 더 부드러운 소음을 말한다. 녹음본엔 참가자들이 사전에 녹음한 자기자신의 목소리가 포함돼 있기도 했고 다른 참가자의 목소리가 일부 들어있기도 했다. 

실험 종료 후 참가자들에게 실험 진행 중 누군가가 옆에서 말하는 듯한 소리를 느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버튼-막대기 실험 중 '귀신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 사람들 가운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한 사람의 수가 더 많았다.

또 자신의 목소리가 포함된 녹음본을 들은 사람 중 '실험에서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험 초반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인 훨씬 더 시끄러운 버전의 녹음본을 들은 집단에서도 '어떤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연구를 진행한 오레픽 박사는 "뇌가 환각 상태와 음성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청을 일으키는 신경학적 원인은 뇌가 환경으로부터 오는 모순된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향후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매들을 대상으로 뇌와 환청의 상관관계에 대한 심화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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