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투매에 코스피 2400 '턱걸이'···국고채 10년물 연중 최고

윤경환 기자 2023. 10. 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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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6연속 동결···주식·채권시장 충격파]
중동 불안에 美기업 실적 악화까지
국내외 고금리 기조 장기화 힘실려
외국인·기관 4000억어치 순매도
코스피 1.9%↓···코스닥은 700대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발(發) 긴축 공포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6연속 금리 동결 결정에 다시 한번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중동 지역 긴장 고조, 기업 실적 부진 악재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돌아서고 기관까지 투매에 나선 결과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6.80포인트(1.90%) 떨어진 2415.80으로 마쳤다. 코스피는 장 초반 30.68포인트(1.25%) 내린 2431.92로 출발해 점차 낙폭을 키웠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4.85포인트(3.07%) 하락한 784.04로 거래를 마감했다. 올 3월 16일(781.9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지수가 700대로 내려간 것도 이달 10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이날 지수 하락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59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3거래일 만에 순매도를 기록했고 기관은 2483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81억 원, 103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만 두 시장에서 3888억 원, 183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시장의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철강·금속(-3.88%), 기계(-3.82%), 의료정밀(-2.53%), 화학(-2.34%), 전기전자(-2.16%)의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한 기업 수는 전체 거래 가능 종목 931개의 87%인 812개에 달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0.99%), 기아(0.24%)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내림세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최근 강세를 보인 삼성전자(-1.42%), SK하이닉스(-3.31%) 등 반도체주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4.60%), LG화학(-2.37%), 삼성SDI(-3.52%), 포스코퓨처엠(-4.79%) 등 2차전지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4.01%), 에코프로(-2.92%), 엘앤에프(-3.51%) 등 배터리 관련주들이 크게 내렸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3.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070%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5년물과 10년물도 6.3bp, 7.5bp씩 상승한 연 4.214%, 4.362%에 마감했다. 20년물·30년물·50년물은 각각 7.7bp, 7.5bp, 7.0bp 상승한 연 4.305%, 4.279%, 4.233%로 거래를 마쳤다. 이 가운데 국고채 5년물 이상 장기채들의 금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의 경우 직전 연고점(4.351%)보다 1.1bp나 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신용등급 ‘AA-’급 3년 만기 공모 무보증 회사채의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2bp 오른 4.872%, ‘BBB-’급 3년물은 4.1bp 오른 11.266%에 매매를 마감했다.

이날 국내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채권금리가 크게 뛰어오른 것은 국내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시 한번 시장에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9%를 돌파한 데다 이날 한은 금통위까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국내외 고금리 완화 기대가 완전히 수그러들었다는 분석이다. 19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경계 심리가 커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중동 정세 불안 확대, 미국 기업 실적 악화도 주가에 부담을 준 요인으로 꼽혔다. 중동 주요국 지도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하면서 이스라엘 방문 효과가 반감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날 테슬라가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이 44%나 감소한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국내 관련주도 줄줄이 타격을 받았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확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며 “유가·물가가 긴축 우려를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데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지속가능성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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