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속 기준금리 동결...올해 한 차례 더 올릴까?
■ 진행 : 박석원 앵커, 윤보리 앵커
■ 출연 : 엄윤주 경제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국은행이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습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경기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여파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컸습니다.
경제부 엄윤주 기자와 함께 금리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엄 기자, 예상했던 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네요?
[기자]
시장의 예상대로 연 3.5%를 유지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오전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6차례 연속 동결 결정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어떤 게 있었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게 가장 컸습니다.
실제로 우리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이 여전히 부진합니다.
무역수지 흑자 폭이 2년 만에 최대치로 늘었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수출보다는 수입액 감소에 기댄 이른바 불황형 흑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소비도 위축되면서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대해온 '상저하고', 그러니까 상반기에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는 반등할 거라는 전망 역시 불투명해졌습니다.
특히 우리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회복이 본격화됐다고 볼 순 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게 되면 경기가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고려한 결과입니다.
[앵커]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요소들도 있죠?
[기자]
먼저 물가가 걱정입니다.
요즘 시장을 가보면 정말 안 오른 게 없는데요.
치솟는 재료비 탓에 김장도 포기하겠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처럼 잡히는 듯했던 물가는 다섯 달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등장했습니다.
중동 무력 충돌 발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인 겁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하는 양상으로 펼쳐질 경우,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혜미 /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굿모닝와이티엔 출연) : 전쟁이 격화될 경우에 이란이 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되면 전 세계 원유 유통되는 데 차질을 빚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국제유가가 150달러 선까지 올라가는 그야말로 오일쇼크 사태도….]
이창용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세계 경제를 진단하며 앞서 한은이 목표로 한 2% 물가 상승률로 수렴하는 시기도 애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는데요.
들어보겠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다만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가 외에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빚도 큰 부담입니다.
지난달 증가 흐름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쉽사리 금리를 올렸다가는 가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밖에 이미 2%p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도 신경 쓰이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동결 결정 이후 이창용 총재는 향후 통화 정책 운용과 관련해 상당 기간 지금의 긴축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동결 결정을 하되, 매파적 기조를 이어간 겁니다.
다만, 향후 어떻게 통화 정책을 가져갈지를 두고는 금통위원들 간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 한 분은 앞서 언급한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다섯 분은 앞서 얘기한 불확실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평가해 볼 때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 전망치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앵커]
금통위원들의 고심도 깊을 수밖에 없었겠군요.
하지만 우리로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우리 통화 정책 방향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미국은 다음 달과 12월, 두 차례 FOMC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요.
9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11월에는 동결할지, 다시 인상에 나설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음 달 FOMC의 금리 동결 전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코앞에 두는 등 이미 금융시장 여건이 긴축됐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죠.
[이정환 /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미국의 시장 금리가 많이 올라가서 기준금리를 굳이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에 충분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많이 올라서 금리가 오른 효과를 조금 관망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 때문에 만약, 11월 FOMC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다면 우리로서는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 동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만약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린다면, 한미 금리 격차도 2.25%포인트로 더 벌어지게 돼 우리로서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2%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차로 인해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대신 달러는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강달러 기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자금도 두 달 연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대내외 불확실성 요소가 크다고 한국은행이 진단한 만큼 오늘 금융시장도 매우 요동쳤더라고요.
[기자]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지만, 우리 증시는 모두 하락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는 어제보다 1.9% 내린 2,415.8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닥 지수도 어제보다 3% 넘게 급락해 784.04로 거래를 끝냈습니다.
원화 값도 떨어졌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8원 오른 1,357.4원에 마감했습니다.
[앵커]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예상한 결과지만, 왜 증시와 환율은 출렁인 건가요?
[기자]
중동 무력 충돌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가자시티 병원 폭발 사태로 수백 명이 숨지면서, 중동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는 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4.9%를 넘기면서 뉴욕 증시도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기준금리는 연 3.5%로 묶여 있는데 대체 대출금리는 왜 계속 오르는 건가요?
[기자]
이번 기준금리 동결과 별개로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차주들 입장에선 가장 궁금한 지점일 텐데요.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를 보면 상단이 연 7%를 넘어섰습니다.
약 9개월 만인데요.
이렇게 상승 압력이 커진 건 주담대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석 달 만에 반등해 3.82%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은행권에서는 예금 금리 경쟁이 한창이더라고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예·적금 상품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어섭니다.
벌써 1년 전이라 그때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당시 부동산 PF 부실 문제 등으로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곳곳에서 돈줄이 말라갔습니다.
그러자 돈이 부족했던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는데, 이렇게 모인 예금 규모만 10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고금리 예금 상품들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다시 예금 금리 경쟁에 나선 겁니다.
이미 시중은행에선 연 4%대 정기예금이 나왔고,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역시 특판 상품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예금 금리가 올라가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닌데요.
대출금리까지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이인철 / 참조은경제연구소장 : 이게 부메랑이 돼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못 내리는 거예요. 지금 보면 시중에 전세대출 그리고 변동금리뿐 아니라 고정금리까지도 상단이 모두 다 6%를 넘어가고 있는데 지금 금리 내릴 요인보다 올라갈 요인이 더 많아요. 이렇게 되면 연말에 가면 8%에 육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차주의 이자 부담만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요.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과도한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하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정상화 시점을 올해 말에서 내년 6월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또, 은행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돕기 위해 이번 달 초부터는 은행채 발행 한도도 폐지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엄윤주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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