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돌파구 찾는 보험사, 요양사업 '눈독'
요양서비스 수요는 차고 넘쳐
300만원 'KB빌리지' 5천명 대기
2025년 은평·광교 등 추가 오픈
신한도 요양업 인허가 신고마쳐
토지 매입 등 초기비용 걸림돌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택가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이 눈에 띄었다. 평범한 주택처럼 보이지만 KB라이프생명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다.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방을 열면 공용 거실로 이어지는 '가정집' 같은 설계에 1·2인 1실로 이뤄져 어지간한 호텔보다 깨끗하고 아늑했다. 법적 기준보다 30% 많은 직원이 노인을 24시간 돌봐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초는 정원 80명이 꽉 차서 2072명이 대기자로 등록했는데, 위례신도시에 있는 위례빌리지까지 합치면 대기자가 5000여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25년 강동·은평·광교 3곳에 노인요양시설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저성장 고민에 빠진 보험사가 신사업으로 노인요양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종신보험 등 기존 보험상품 판매 증가세가 꺾이고 수익률이 떨어지자 은퇴자의 노후 건강 관리와 돌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요양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생명보험사 중에는 KB라이프생명의 행보가 빠르다. 요양 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5년이면 서울·수도권에 노인요양시설 5곳, 주야간보호시설 5곳, 주거복지시설(실버타운) 1곳 등 총 11개의 시니어 케어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게 된다.
이 회사는 현재 서초·위례빌리지 등 이름으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위례빌리지는 월 이용료 200만~300만원, 정원 125명 수준인데 대기자가 2900여 명에 이른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명보험, 요양 사업과 연계된 상품·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는 금융위원회에 요양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신고를 마친 뒤 노인요양시설 용지를 찾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NH농협생명 등은 요양 사업을 미래 사업 후보에 올려두고 사업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업계에서는 매각 등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생보사, 손해보험사 가릴 것 없이 요양 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고령층의 요양 서비스 수요는 차고 넘친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자는 올해 93만1000여 명에서 2027년 122만7000여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같은 기간 시설을 통해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는 21만1000여 명에서 27만8000여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성공 사례 또한 국내 보험사가 요양 사업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일본 3대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는 2015년 요양 사업에 뛰어들어 2년 만에 흑자를 냈다. 솜포홀딩스의 요양 사업 자회사 솜포케어는 요양 시장 2위 업체로 등극했고, 지난 3월 기준 매출 1498억엔(약 1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요양 사업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해외보험, 디지털 사업과 더불어 솜포홀딩스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높은 초기비용이 보험사의 고민거리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직접 사들여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접근성이 양호한 수도권에서 100인 규모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토지 매입 등 초기비용만 최소 500억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처럼 요양시설 건물을 임차할 수 있거나 위탁운영이 허용된다면 보험사 진출이 늘면서 양질의 요양시설을 빠르게 확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노인요양시설이 난립하고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요양 서비스 활성화 연구 용역을 통해 신용등급 등 기준을 설정해 요양 서비스 사업자를 '우량법인'으로 한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운영 면에선 정부가 지역별 정원 총량을 관리하거나 서비스 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영업권 갱신을 제한하는 등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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