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내 지역부터 늘려달라"… 의대 증원 논의 산으로 갈 판 [사설]
정부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이 끊이지 않는 지역의 필수의료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의 골자는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빅5' 수준으로 키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원정을 가지 않더라도 중증 응급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부 산하인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소관으로 변경하고, 국립대병원의 총인건비·정원 규제도 풀기로 했다.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 등 보상 체계도 개편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번 대책에서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가 빠졌다. 하지만 섣불리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가 의료계와 충돌을 빚기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맞는다.
의대 증원에 대해 여론도 찬성하고, 여야 정치권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증원 규모와 방식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뿐 아니라 정원 분배 과정에서 지역과 대학 간 신경전도 우려된다.
특히 정치권에서 지역 의대 정원 확대, 의대 신설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요구하며 지난 18일 삭발식까지 열었다. 조선대와 전남대 등에 의대가 있지만 광주시에 있고, 전남에는 의대가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충북의대 정원 확대를 촉구했고, 김태흠 충남지사도 충남에 국립의대 신설을 요구했다. 지역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고,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것도 맞는다. 하지만 의대 신설의 필요성이나 적정성에 대한 고려 없이 백가쟁명식으로 "우리 지역부터 늘려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일 뿐이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는 수단으로 악용하다가는 의대 증원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정치권은 지역 이권만 챙길 게 아니라 의대 증원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의료계 설득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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