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연속 금리동결, 민간 빚 수술까지 미뤄선 안돼 [사설]
한국은행이 19일 기준금리(3.5%)를 6차례 연속으로 동결했다. 올해 1%대 저성장 전망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9개월 연속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관망' 전략을 택한 셈이다. 동시에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기업부채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게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자기 돈이 아니라 레버리지로 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리가 다시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작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은 경고해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두 경고'만으로는 확산일로로 치닫는 부채 누적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기준금리를 6차례나 동결하면서 부채 조정 시기를 실기했고, 대출 규제를 완화했던 금융당국의 엇박자 정책 후폭풍으로 민간 부채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6개월째 증가 추세를 기록 중이다. 잔액 기준으로 지난 9월 말 1079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은행권 기업대출도 지난 9월 11조3000억원이나 늘었고, 이는 2009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고금리 기조에서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너나없이 은행 문을 두드린 결과다. 이 총재는 부채 억제와 관련해 "금리를 통한 거시적 조정이 아니라 미시적 조정을 해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시적 조정이 현재로선 잘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정부가 뒤늦게 특례보금자리론 기준을 강화하고 50년 장기 주담대에도 제동을 걸었지만,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담대가 크게 늘고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대출 규제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선제적인 핀셋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부채 조정을 더 이상 방치하고,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계속 엇박자 기조를 낸다면 금융시장 경착륙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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