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업셋 전망, 기분 나쁘진 않은 예상··· 선수들 경험 믿는다”
현역 시절 수도 없이 큰 경기를 치렀지만, 감독으로 맞는 가을 야구는 처음이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의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
이 감독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NC와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을 앞두고 “큰 감흥은 없다. 그저 시즌 때와 똑같은 감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지면 끝’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감독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 오르기 위해선 19일과 20일 2경기를 연달아 이겨야 한다. 1경기 비기기만 해도 그걸로 올 시즌이 끝난다. 2015년 WC 결정전 신설 이후 단 1차례도 5위 팀이 윗 단계로 오른 사례가 없다.
그만큼 불리한 상황이지만, 올해의 경우 어느 때보다 ‘업셋’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작지 않다. 두산은 WC 결정전을 대비해 일찌감치 1차전 곽빈과 2차전 브랜든 와델을 선발로 준비해뒀다. 선발 매치업에서 두산에 무게가 쏠린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업셋 전망은) 예상일 뿐이고, 예상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타선 침체가 다소 신경 쓰이지만, 워낙 단기전 경험 많은 선수들인 만큼 잘해 줄 거란 기대가 크다.
이 감독은 이날 베테랑 김재호를 선발 유격수로 낙점하고, 2번 타자로 전진 배치했다. 이 감독은 “큰 경기다 보니 수비 중요성이 굉장히 클 것”이라며 “유격수는 그라운드의 사령관인 만큼 경험 많은 (김)재호가 역할을 더 잘해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5위팀 처지에서 WC 결정전은 뒤가 없다. 선발 에이스를 불펜으로 돌리는 강수가 드물지 않다. 당장 지난해 WC 결정전에서 5위 KIA는 선발 션 놀린이 초반 난타를 당하자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를 조기 투입했다.
두산은 그런 옵션을 일찌감치 배제했다. 이 감독은 “2차전 선발은 브랜든이다. 브랜든을 1차전에 당겨 쓰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재차 못 박았다. 이영하, 김명신, 박치국, 홍건희, 정철원, 김강률 등 기존 불펜 투수들만 해도 양과 질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이다. 물론 선발 곽빈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실점 없이 버텨주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두산은 이날 NC 선발로 나서는 태너와 정규시즌 딱 1차례 상대했다. 지난 8월 20일 경기다. 당시 태너는 6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3실점(1자책) 했다. 구위가 특출난 유형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계산이다. 이 감독은 “힘으로 누르기보다는 강약을 조절하고,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다. 우리 선수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 정수빈(중견)-김재호(유격)-호세 로하스(지명)-양의지(포수)-양석환(1루_)-강승호(2루)-김인태(좌익)-허경민(3루)-조수행(우익)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정규시즌 막판 손바닥 통증으로 출장하지 않았던 김재환은 이날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이 감독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많이 좋아졌다고 보고 받았다. 하지만 갑자기 선발로 내면 경기 감각 같은 부분에서 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창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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