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투란도트’ 100번…‘월클 테너’ 이용훈, 20년만 한국 데뷔
세계적 테너 이용훈(50)이 오는 26일과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에 오른다. 이용훈은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성악가지만 한국 오페라 공연은 처음이다.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장면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프로로 데뷔한 지 20년 만에 드디어 한국 땅에서 데뷔를 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꿈같던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 역을 맡은 이용훈은 “스케줄이 딱 비는 상황에서 가족을 보려고 한국 방문 일정을 짰는데 놀랍게도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보통 3~4년 전에 공연 제안을 주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그렇게 미리 제안을 주지 않아요. 아무리 준비 기간을 둬도 1년이고, ‘다음달에 해줄 수 있냐’고 하기도 하죠. 제안을 주실 때면 저는 몇년치 스케줄이 이미 차 있어요. 그렇게 20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원래 내년 8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오셀로>를 첫 한국 공연으로 계획했다고 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한국 데뷔가 1년 앞당겨진 셈이다.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권자(신)의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용훈은 학창 시절 선교사를 꿈꿨을 만큼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졌다.
이용훈은 ‘리리코 테너’의 서정적인 음색, ‘스핀토 테너’의 활기찬 음색을 모두 가진 ‘리리코 스핀토 테너’로 불린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선 주연을 맡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메조소프라노 돌로라 자지크,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등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췄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지난 3~4월),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하우스(10~11월), 미국 워싱턴 국립 오페라하우스(내년 5월)의 <투란도트>도 ‘칼라프 왕자’는 이용훈이다.
이용훈은 “지금까지 <투란도트> 무대에 100회 이상은 섰던 것 같다”며 “여태껏 한두 작품을 빼고는 모두 전통적인 오페라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의 사랑을 위해 나서는 시종 캐릭터 ‘류’에 초점을 맞춰 결말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유명 연극 연출가 손진책의 첫 오페라 연출이기도 하다. 레지테아터(원작을 재해석한 연출) 오페라는 이용훈에게도 낯선 도전이다.
“유럽에선 클래식 오페라가 매번 전석 매진돼서 사실 이야기를 비트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요. 정통 오페라를 기대하는 관객의 마음이 크기 때문이죠. 현재 새로운 시도가 많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시도가 중요하지만 원작의 텍스트를 바꾼다든지 그렇게 변형하는 것은 원작자에 대한 리스펙트(존경)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용훈은 2014년부터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다 최근 사임했다. 바쁜 해외 일정 때문에 학생을 온라인 수업으로 지도해왔다. “학생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선생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을 느꼈습니다. 나 자신이 더 성숙하고 훈련돼야 한다는 생각에 사임했습니다. 혹시 제가 더 나이가 들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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