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국에 밀릴 것”…큰일 난 K배터리, 유럽서 점유율 하락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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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럽 배터리 시장 공략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 상승
LFP 사용 늘면 중국엔 기회
“단기적으론 중국에 밀릴 것”
KIEP, 가격경쟁력 확보 강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 기업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지만 유럽시장에서는 삼원계 배터리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LFP 배터리가 유럽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게 되면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中 전기차 배터리, 유럽시장서 LG엔솔 추격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시장에서 삼원계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늘려가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중국 기업의 유럽시장 내 점유율은 2019년 11.8%에서 올해(1~7월 기준) 40.1%로 뛰어올랐다. 해당 기간 연도별 점유율은 2020년 16.8%, 2021년 22.6%, 지난해 34%로 해마다 늘었다.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1년 70.6%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다. 한국은 2019년 51.9%, 2020년 68.2%, 2021년 70.6%를 보이다 지난해 63.5%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57%를 기록 중이다.

기업별로 볼 경우 중국 CATL이 1위인 LG에너지솔루션 뒤를 바짝 따라붙은 상황이다. CATL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8.7%에서 올해 35.2%로 올라섰다. LG엔솔과의 격차는 같은 기간 11.4%포인트에서 3.8%포인트로 좁혀졌다.

중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수명이 길다. 350도 이상 고온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안전성을 갖췄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짧고 무게가 무거운 단점도 있다.

유럽시장은 삼원계 배터리 비중이 절대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고려해 유럽시장에서 삼원계 배터리를 앞세웠다. 무엇보다 유럽은 미국보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유럽시장의 기업별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2위인 CATL은 올해 33.3%로 지난해보다 5.4%포인트 상승했다. 1위인 LG엔솔과의 격차는 7.1%포인트다.

중국이 약진하는 배경으로는 안정적인 공급망이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양극재를 구성하는 수산화리튬 및 삼원계 전구체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유리한 조건”이라며 “CATL도 업스트림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삼원계 전구체 시장 중 85%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CATL은 글로벌 수산화리튬 생산량 3위 기업인 톈이리튬 지분 25%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수산화리튬 가운데 약 75%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삼원계 기술 경쟁력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삼원계 기술은 CATL만 놓고 볼 경우 한국 기업과 비교할 때 기술 수준 격차가 2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KIEP는 “CATL의 지난해 R&D 투자 금액은 155억1000만위안(한화 약 2조8000억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에만 98억5000만위안을 R&D에 투자해 올해 전체 R&D 투자 금액이 우리 돈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들의 전구체 제조 능력이 부족한 반면 중국의 삼원계 전구체 제조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중국시장 내 공급 과잉과 내수시장 경쟁 과열도 유럽시장 공략을 촉진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KIEP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현지 생산라인 가동이 2025년 이후 대거 예정돼 있고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중국기업도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받고 현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 기업들의 유럽 현지 생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유럽시장에서 한·중 기업 간 경합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서 먹히는 LFP, 한국 기업엔 ‘악재’
유럽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도 한국 기업들에는 악재다. 중국산 LFP 배터리가 처음 해외로 진출한 곳은 다름 아닌 유럽이다. 유럽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에서 LFP가 먹혀들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체를 보면 삼원계뿐만 아니라 LFP 등 다양한 계열의 이차전지가 필요한 상황인데 우리나라보다 다양한 무기를 가진 국가가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LFP는 중저가 전기차에 적합하고 삼원계는 고성능 하이퍼포먼스 하이앤드쪽이 적합하다”며 “이러한 시장 규모와 점유율을 고려할 경우 중국이 앞설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판세를 볼 때 한동안 우리가 밀리는 것은 자명하다”고 예상했다.

KIEP도 유럽시장 내 LFP 배터리 비중 확대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KIEP는 “앞으로 2~3년 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탑재가 확대되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판매가 증가한다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수 있다”며 “성능 중심의 전기차 시장 트렌드가 최근 가격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삼원계 배터리도 결국 가격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 기업들의 차세대 제품군 등 대응력 자체가 그렇게 강력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밀린다고 봐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따라잡기 위한 준비를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유럽시장 진출과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은 지난해 12월 최초의 해외 배터리 생산시설인 독일 튀링겐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2025년 안에는 헝가리에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단일 배터리 공장 기준으로는 유럽 내 최대 규모다.

중국 SVOLT는 BMW와 11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독일 자를란트주 호이스바일러 1공장에 이어 브란덴부르크주 라우흐하머에 2공장을 2025년 안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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