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만난 북·러 외교장관 “정상회담 모든 합의 완전 이행”
북한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19일 평양에서 만나 경제·외교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모든 합의를 이행하겠다며 향후 전방위적인 협력 추진을 시사했다. 한목소리로 관계 격상을 외친 북·러 외교장관은 정세 악화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반미 연대’를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접견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밝혔다.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1시간 이상 대화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했다. 북·러 외교장관은 지난달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 이행 논의가 이번 회담의 주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개회사에서 “최 외무상이 얘기했듯 우리의 임무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도달한 모든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 작업을 흔들림 없이 시작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도 이번 회담을 정상회담 합의 이행의 중요한 계기로 의미 부여했다고 러시아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최 외무상은 전날 밤 라브로프 장관을 초청한 연회에서 “조·로(북·러) 수뇌분들께서 이룩하신 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만족한 결실이 이룩되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두 나라 간 경제·무역 분야와 외교 부문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무역과 경제 협력 전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풀림에 따라 정치적 대화를 강화하고 외교 기관 등을 통한 본격적인 접촉을 재개할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서명된 ‘2024~2025년 외교부 간 교류 계획’이 과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군사 협력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다뤄졌을 수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공급하고 첨단 군사기술 지원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은 정상회담 때부터 나오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다음 달 개최될 제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무역·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에서 실질적인 협력 내용이 다뤄진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두 나라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원칙적으로 논의한 모든 분야가 위원회에서 고려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지질 조사와 북한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자원과 기타 물품 공급 계획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북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일본·한국의 군사 활동 증대와 핵을 포함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이전 정책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 중국은 어떠한 전제조건 없는 협상 재개와 대화를 지지한다”고 북·중·러 연대를 내비쳤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라브로프 장관 방북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 악화를 주도하는 미국의 패권적 열망에 저항한다는 결의를 강조했다”며 북한과의 ‘반미 연대’를 재확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핵 무력 헌법화’ 등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방침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연회에서 “미국과 서방의 압력”을 거론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와 인민이 국가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두 외교장관은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북·러 관계가 격상됐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는 질적으로 새롭고 전략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외무상은 전날 연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와 울라지미르 뿌찐(푸틴) 대통령 동지의 전략적 결단과 정확한 영도 밑에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더욱 승화 발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정상회담 당시 요청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이 논의됐을지 주목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 달 전 최고위급 접촉(정상회담)이 이뤄졌고 오늘은 고위급 접촉(외교장관 회담)이 있었다”며 “이러한 접촉이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편리한 시기에 최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을 초청했다고 러시아 외교부는 밝혔다.
정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교류·협력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열릴 제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와 관련해 “식량 지원과 나진·하산 중심의 러·북 경제·물류 협력, 1~9차 위원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제를 다룰 것”이라며 “특히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태균 “윤 대통령 지방 가면 (나는) 지 마누라(김건희)에게 간다”
-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성남 땅 ‘차명투자’ 27억원 과징금 대법서 확정
- [단독]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선언한다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4000명 들어간 광산 봉쇄하고, 식량 끊었다…남아공 불법 채굴 소탕책 논란
- 순식간에 LA 고속도로가 눈앞에···499만원짜리 애플 ‘비전 프로’ 써보니
- 체중·혈압 갑자기 오르내린다면··· 호르몬 조절하는 ‘이곳’ 문제일 수도
- “한강 프러포즈는 여기서”…입소문 타고 3년 만에 방문객 10배 뛴 이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