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속으로"…尹·與 '민생우선' 기조전환, 李도 민생화두 복귀
서민·R&D 예산 증액 등 여야 협력 주목…총선 앞 민생 주도권 경쟁
與 총선위기감 속 '국민눈높이 민생'…野 '민생 경쟁 밀릴라' 견제구
서민·R&D 예산 증액 등 여야 협력 주목…총선 앞 민생 주도권 경쟁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고상민 기자 =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일제히 민생을 전면에 내걸었다.
보궐선거에서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은 한껏 몸을 낮추며 '국민 눈높이 민생'을 다짐했고, 보선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패배의 반사이익에 묻어가지 않겠다며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여야 모두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수도권 민심과 중도·무당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포인트(p) 차 패배'의 충격파가 가시지 않은 여권은 총선 위기감 속에 민생을 키워드로 국정기조 전환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2기' 체제를 출범시킨 국민의힘은 쇄신의 키워드로 민생을 제시했다.
김기현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을 천금같이 받들어 철저히 국민 중심, 민생 우선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도 당이 민생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보다 수평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연일 '민심'과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국민이 늘 무조건 옳다"며 몸을 낮췄고, 이날도 참모들에게 민생 현장을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선 민생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위당정회의 정례화·정책 관련 제안을 수용하며 2기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며 민생 행보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장 국민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내년도 예산안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청년·소상공인·연구개발(R&D)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큰 틀의 구상 아래 사업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민생 맞춤형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이 한목소리로 민생을 내세우는 것은 이번 보궐선거 결과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겸손한 자세로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총선 앞 지지율을 회복하는 첫 단추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2기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을 공격하는 논평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하고 정쟁성 요소가 있는 당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이번 국정감사의 테마를 '민생 수호'로 삼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인 만큼 민생을 앞세워 중도층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원내 지도부가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상임위 간사들로부터 분야별 민생 현황을 '브리핑'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정감사대책회의실에 '2023 국정감사, 국민의 원칙입니다. 민생이 기준입니다'라는 큼지막한 뒷걸개를 배치했다.
자택에서 단식 후유증 치료 중인 이재명 대표가 한 달만의 국회 복귀를 알리면서 '민생'을 들고나온 것도 여당과의 민생 챙기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은 이 대표의 23일 당무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이 대표는 복귀 후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여당과 대통령실의 '민생 강조' 행보에 견제구를 던졌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오직 윤 대통령만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한 여당이 아무리 '민생 전환'을 외친들 믿을 국민은 없다"며 "더욱이 윤핵관을 친윤으로 바꾸는 '꼼수 쇄신'으로 국민의힘이 정말 변화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극한 대치 정국을 이어오던 여야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각자의 정치 셈법이 맞아떨어지면서 민생 이슈에서 협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의 경우엔 각론에선 이견이 있지만 여야가 큰 틀의 공감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서민·청년·소상공인·연구개발(R&D) 예산 증액을 추진한다면 민주당도 표를 의식해 찬성하거나 증액 폭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면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방송 장악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간에 전면전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야가 지금은 몸을 낮추며 일단 민생 모드로 돌입했지만, 향후 지지율 추이에 따라 상대에 파상 공세를 펴는 네거티브 정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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