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빵빵한 근육맨…매출 20억 '창업반전'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3. 10.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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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빵'으로 대박 박병준 프레드 대표
헬스·국궁 열중하던 청년
탄수화물에 근손실 걱정하다
2천만원 밑천으로 사업 시작
마켓컬리 대표가 반해 입점
"일단 도전하는 실행력 중요"

"제가 근육도 잘 붙는데, 살도 잘 붙거든요. 힘든 근력 운동 후 탄수화물 덩어리인 빵을 집어삼키면 살만 붙더라고요. 근 손실 걱정 없는 단백질로 된 건강한 빵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결심이 섰죠."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박병준 프레드 대표(32)는 6년 전인 2017년 '프레드(Pread)'를 창업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프레드는 프로틴(protein)과 브레드(bread)를 합친 말이다. 박 대표는 밀가루, 설탕, 버터, 첨가물, 소금을 쓰지 않고 유청단백질, 대두단백질, 발아 현미를 재료로 삼아 단백질 빵을 만든다. 스테디셀러인 프로틴 케이크 8종 외 프로틴 스콘 4종, 프로틴 식빵, 프로틴 단팥빵을 판매 중이다.

프레드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픽'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우연히 들른 김 대표가 단백질 빵을 칭찬하면서 입점 행운을 얻었다. 입점 이래 프로틴 케이크는 '케이크·파이·디저트' 분야에서 판매량 5위 안을 지키고 있다. 구매 후기는 8만건이 넘는다. 고객의 80% 이상이 20·30대 여성이다. 다이어트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2020년 프레드는 박 대표를 포함한 2인 회사로 연 매출 2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경영학도도 아니고 빵을 만들어본 경험도 없다. 그저 소문난 운동광이다. 헬스는 기본이고, 자전거와 로드바이크를 즐긴다. 대학 땐 국궁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국 대학생 대표로 선발돼 '한중 대학생 국궁 문화 교류전'에 나갔을 정도다. 그런 그의 고민거리는 늘 건강한 간식이었다.

박 대표는 "운동 후 흘린 땀을 아깝지 않게 하는 건강한 빵을 향한 갈급함이 편의점 빵 진열대 앞에서 늘 싹텄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와 용돈으로 모은 2000만원이 창업 자본금의 전부일 정도로 시작은 조촐했다. 박 대표는 황학동 중고가전거리에서 발품을 팔아 제빵에 필요한 집기류를 샀다. 마포구 용강동의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제빵 작업실을 마련했다. 월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는 "택배기사분들이 힘들다고 제빵 재료를 1층에 놓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며 "계란 40판, 단백질 파우더 포대를 아침마다 짊어지고 올라가는 게 하루 시작이었다"며 사업 초기를 떠올렸다.

박 대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건 고유의 단백질 원료 '프레드믹스'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 이미 대박을 터트렸지만 3개월 만에 영업 중단을 선언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른 첨가물은 넣지 않았지만, 단백질 원료인 기성 파우더 안에 첨가물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단백질 원료인 유청단백질, 대두단백질, 발아 현미를 수급해 새 배합 방식으로 새로운 파우더 '프레드믹스'를 고안했다. 소비자에게 당당한 성분표를 보여주고 싶다는 철학 때문이다.

1991년생인 박 대표는 청년들에게 창업 아이템의 성패를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는 일단 부딪쳐 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질문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1조원짜리 아이템이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나처럼 일단 내놓는 게 먼저라며 실행력을 강조했다. 또 창업과 관련 없어 보이는 사회학과라는 전공이 오히려 편견 없이 시장을 바라보고 도전할 수 있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효석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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