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율 풀무원 대표, 美 사업 '2600억 적자'에도 투자 멈추지 않는 이유

우지수 2023. 10.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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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설립한 미국 법인 풀무원USA, 11년간 적자
미국 내 두부, 아시안 면류 수요 늘면서 공장 증설…흑자 전환 가능성

이효율 대표가 이끄는 풀무원이 국내외 사업 실적에서 성장세를 띄면서 올해 매출액 3조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풀무원

[더팩트|우지수 기자] 종합식품기업 풀무원의 미국법인 '풀무원USA'의 순손실이 11년간 총 26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효율 풀무원 대표는 취임 후 연간 순이익을 낸 적 없는 이 법인에 공장 증설 등 투자를 감행했다. 풀무원USA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국내사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감수한 이 대표의 해외 투자가 올해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의 매출액은 △2020년 2조3111억 원 △2021년 2조5188억 원 △2022년 2조8282억 원으로 최근 꾸준히 늘어 왔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0년 459억 원 △2021년 385억 원 △2022년 263억 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2021년 400억 원을 들인 미국 두부공장 추가 건설, 올해 1000억 원을 투자한 아시아 면류 공장 증설 등 해외 사업에 투자를 감행한 여파로 분석된다.

올해 풀무원은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1조4854억 원, 영업이익 2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5%, 33.2% 늘었다. 국내 증권가에선 올해 풀무원이 하반기부터 다음해까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걸로 예상했다.

국내에선 풀무원이 지난해 8월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이 지난 8월까지 430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호실적을 보였다. 국내 대형급식 수주와 휴게소 호재도 매출액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두부, 아시아 면 요리의 인기가 커지고 제품 원가도 개선하면서 손실규모를 크게 줄였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유의미한 수익 개선을 이뤘다. 해외사업 영업손실은 상반기 기준 1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억 원 개선됐다.

풀무원의 미국 법인 풀무원USA는 당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실적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풀무원은 미국·일본·중국·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미국법인의 매출이 55%를 차지하는데, 1991년 설립된 풀무원USA는 공시상 확인할 수 있는 2013년부터 11년째 순이익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0년 이후로는 공장 증설로 적자 비중이 더 커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법인의 영업손실은 300억 원대였다. 풀무원USA의 11년간 순손실 합계는 2657억 원이다.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신용정보회사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풀무원식품의 회사채 정기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고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이효율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미국·중국·일본 사업을 흑자 전환하고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풀무원

이처럼 어려움을 겪어 온 풀무원의 미국 사업에 최근 손익분기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풀무원USA의 두부 매출은 2017년부터 연평균 8%씩 꾸준히 늘었다. 팬데믹을 겪은 후 미국에선 식물성 단백질이 건강에 좋단 인식이 퍼지며 두부 판매량이 더 늘었다. 풀무원의 미국 공장을 모두 가동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풀무원은 신선식품인 만큼 물류가 중요한 두부의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사업 손익분기점이 보인다"며 2023년 4분기 풀무원 해외사업이 흑자를 전망했다.

지난달부터는 풀무원USA의 미국 아시안 면류 공장이 증설을 마치고 가동에 들어섰다. 풀무원USA의 매출을 두부와 아시안 면류가 견인하고 있는 만큼 당사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미국 시장 영업손실은 커졌지만 매출은 같은 기간 36% 늘었다"며 "높은 미국 현지 수요를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풀무원이 해외 사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점쳤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캘리포니아 공장이 지어지면 현지 생산량에 대응이 가능해져 미국 법인은 4분기에 손익분기점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과 중국 사업의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건강식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늘었다.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가 특히 수요가 늘었고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서 공장을 증설하고 마케팅도 강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현지 상황에 맞는 영업 전략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이사는 풀무원 '1호 직원'으로 남승우 풀무원 이사회 의장(전 대표이사)이 1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풀무원을 이끌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다. 오랜 기간 풀무원의 성장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고 2018년 당사의 첫 전문경영인으로 임명됐다. 이 대표는 2012년부터 일본과 중국 사업을 맡았고, 2016년엔 당시 미국 두부 1위 브랜드 '나소야(Nasoya)'의 인수를 성공시키며 풀무원이 미국 두부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았다.

한편 이 대표는 창립자 고 원경선 원장의 '사회적 책임' 정신을 이어받아 '이웃사랑·생명존중' 경영을 실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풀무원의 ESG등급은 'A(우수)'이며 그중 S(사회)부문은 'A+(매우 우수)'를 기록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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