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커피가 맛있는 회사
필자의 회사는 올해 '커피가 맛있는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 직원을 모아 커피 시음회 시간을 갖고, 사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원두와 커피머신을 회사에 비치했다. 사소하게 보이지만, 직접 선택한 맛있는 커피는 직원들에게 의외로 커다란 행복을 주는 듯했다. 이를 발전시켜 출근길에 간식을 제공하며 전 직원과 함께 소통하는 해피아워(Happy Hour) 시간을 만들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회사 분위기를 바꾼 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아이디어였다.
이처럼 요즘은 MZ세대가 사회 트렌드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를 주도하는 핵심층으로 자리 잡은 시대다. 필자의 회사 역시 MZ세대 비중이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회사 문화와 분위기가 더 활기차게 변해가는 걸 체감하곤 한다. 한편 MZ세대만의 문화가 강해질수록 소통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를 주제로 개최한 '컴플라이언스 데이(Compliance Day)'에서 소통 문제 또한 풀리지 않는 숙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2013년부터 매해 필자의 회사에서 사원들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운영하고 있는 컴플라이언스 데이는 자발적으로 관련 법규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한 전 직원 대상 프로그램이다. 컴플라이언스와 MZ세대. 언뜻 들으면 어색한 두 단어지만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이러한 공정성이 준법의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어울리는 관계성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회사 내에서 과거에 관행적으로 행했던 방식 중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이번 기회에 공정하게 개선해 보고자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MZ세대와 컴플라이언스'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단연코 토론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주제 속에서 청년과 기성세대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에 필자 또한 토론에 소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결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세대별로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이를 초월해 비슷하게 맞닿는 의견을 내는 부분도 있어 예상외로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울러 컴플라이언스 데이를 통해 직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소통하는 것은 세대 차이에서 오는 오해로 인한 갈등을 줄여주고, 업무 강요나 인격 모독 등 규율 위반 사례 방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은 단순히 조직 분위기를 화목하게 해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기업 문화를 통해 조직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기본적인 생각을 우리 사회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디지털 발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갈등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요즘, 문제의 본질이 소통의 부재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필자의 회사가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소통을 시도했던 것처럼 사소하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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