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앞두고 "생산 감축은 어렵다" 선 그은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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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국제협약 제정을 앞두고 정부가 공식 대응 방향을 공개했다.
제품 생산단계 재활용성 제고 및 다회용기 확대 등의 방안이 담겼지만, 협약의 핵심인 생산 감축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4일 공개된 협약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재사용 목표 설정 △수명이 짧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단계적 퇴출 △정의로운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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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협상회의 앞두고 대응방안 마련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국제협약 제정을 앞두고 정부가 공식 대응 방향을 공개했다. 제품 생산단계 재활용성 제고 및 다회용기 확대 등의 방안이 담겼지만, 협약의 핵심인 생산 감축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0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유엔 플라스틱 협약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다음 달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정부 간 협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입장을 정한 것이다. 국제협약 제정을 위해 노력하되 우리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협상 전담팀을 만들고, 재활용 강화 등 국내 이행기반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는 내년 말까지 이 협약을 완성한다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협약이 체결된다면, 파리기후협정 이후 가장 의미있는 환경협약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4일 공개된 협약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재사용 목표 설정 △수명이 짧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단계적 퇴출 △정의로운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핵심 쟁점은 초안 제1번 조항인 '신재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다. 신재 플라스틱은 석유 추출 원료로 만든 새 플라스틱으로, 재활용 기법으로 생산하는 재생 플라스틱과 구분된다. 각국 정부는 앞으로 전 세계 공통의 감축 목표를 정할지, 국가별 목표만 정할지, 또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지를 두고 협상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가 밝힌 핵심 대응방향은 ‘신재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 일률적인 규제조항 신설에는 신중한 접근을 한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생산량이 4위(1,270만 톤·에틸렌 기준)에 달하는 만큼 국내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률적인 생산량 규제보다는 각 나라별로 실정에 맞게 정하자는 의견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별 감축 목표만 정할 경우 감축에 소극적인 국가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협약이 이행 강제성이 떨어져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국제플라스틱협약 우호국 연합(HAC)의 북유럽 회원국 각료회의는 ‘2040년까지 2019년 대비 플라스틱 생산을 40% 줄인다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라 우리 정부 입장보다 강화된 협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결론이 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협약 내용에 따른 참여 여부 등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미국·일본 등 입장이 비슷한 국가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신재 플라스틱 감축 목표가 소극적인 것은 물론, 재활용 방안으로 폐플라스틱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오염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미 환경보호청 등은 열분해가 플라스틱 소각의 다른 형태이며 재활용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통제 없이는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은 2024년에 열릴 마지막 회의 개최국으로서 일부 기업의 이익창출이 아닌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한 강력한 협약 체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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