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찾아낸 출생 미신고 아동들… 절반이 숨졌거나 버려졌다

김경필 기자 2023. 10. 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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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생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지난 6월 밝힌 아동들의 생사가 19일 확인됐다. 부모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정부와 사회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었던 ‘유령 아동’ 다수가 사망하거나 부모에 의해 유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우선적으로 생사를 확인해본 아동 23명 중에선 절반에 가까운 11명(47.8%)이 숨지거나 버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진행하면서 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에 허점이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가 약 2200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약 1%인 23명을 선별해 지난 4월부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생사 확인을 요청했다. 출생 미신고 아기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표본 조사였다.

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서 생모가 아기 2명을 낳은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지난 6월 21일 드러났다. 이 2명은 감사원이 생사를 우선적으로 확인해보려던 23명에 포함돼 있었다. 이튿날까지 다른 아기 1명의 사망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아기는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시에서 태어났으나 76일 만에 영양실조로 숨졌다. 부모가 방임한 탓이었다. 2021년 성탄절에 경기 화성시에서 태어난 아기 1명은 친모가 ‘아기가 다운증후군이었고, 아기를 인터넷을 통해 찾은 모르는 사람에게 넘겼고, 그 뒤로는 연락을 끊어 아기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이 19일 공개한 복지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3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5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1명은 생사불명으로 남았다. 앞서 사망이 확인된 3명 외에 다른 2명은 사산(死産)된 경우였다. 이 경우에도 현행법상 출생신고와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데, 부모들이 하지 않았다. 앞서 친모가 모르는 사람에게 넘겼다고 한 아기는 그 뒤 수사에서도 찾지 못했다.

5명이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2015년생 2명은 각각 보호시설과 위탁가정으로 보내져 보호를 받고 있고, 2020년생 1명은 보호시설로 보내졌다가 입양됐다. 다른 2020년생 1명은 아직 보호시설에 있다. 지난해 태어난 1명은 입양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2명은 의료기관이 임시 신생아 번호를 잘못 부여해서 유령 아동으로 집계됐을 뿐, 정상적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진 경우였다. 9명은 출생신고는 되지 않았지만 무사히 보호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가운데 1명은 부모가 중국인이어서 중국 정부에 출생신고를 한 경우였고, 다른 1명은 베트남 국적의 어머니와 함께 출국한 경우였다. 1명은 미혼부가 보호하고 있고, 3명은 친부모와 떨어져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다. 3명은 혼외자여서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학대나 방임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생 1명은 보호자로 기재돼 있는 여성이 해당 아동이 자기 자녀가 아니고 실제로는 외국인 친구가 출산한 것이라고 진술해, 이 진술이 사실인지를 가리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 아동의 생존은 확인됐다고 한다.

감사원의 지난 6월 발표를 계기로 복지부는 2015~2022년에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이 가운데 1119명과 관련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지난달 8일 기준으로 275명(13.0%)의 사망이 확인됐다. 상당수는 부모의 살해나 학대, 유기 등의 범죄와 연관돼 있었다. 경찰은 103건의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121건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월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아기의 존재를 알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달 7일에는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을 숨기고 출산하더라도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내년 7월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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