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증오와 범죄의 도화선 … 독자 스스로 의심해야"
진짜 뉴스 집중하는 언론사
신뢰 쌓이고 영향력 커질 것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 중요한 때다."
미국의 유력 언론사 뉴욕타임스(NYT) 발행인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이 최근 방한해 19일 서울대에서 대학생 100여 명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위협 요인은 물론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현실과 해결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가짜뉴스는 증오와 범죄로 이어지는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빛의 속도로 유포한다. 설즈버거 회장은 "우리는 언론에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가짜뉴스(Fake News) 대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쓴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무엇보다 독자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제대로 된 정보인지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터넷이 많이 활용되면서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매혹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오히려 사실을 기반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 자유를 위해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2020년 NYT는 홍콩에 두고 있던 아시아 본부를 철수하겠다고 전격 결정했다. '홍콩보안법' 때문이었다. 중국의 국가 분열 등을 노린 발언이나 행위라면 외국인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 법을 NYT는 묵과할 수 없었다. 홍콩을 떠나 선택한 곳이 바로 한국이었다.
설즈버거 회장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아시아 본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를 찾았는데 한국이 1순위였다"며 "언론의 자유가 자리 잡은 나라가 드물고 언론에 비관용적인 나라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NYT는 가짜뉴스와 싸우기 위해 그 대척점에서 '진짜 뉴스'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속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독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디지털 전환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처음 NYT에 들어왔을 때 기자 숫자는 13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0명이 넘는다"며 "처음엔 신문용 기사를 주로 생산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팟캐스트, 뉴스레터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1896년부터 120여 년 동안 설즈버거 가문의 경영 체제로 운영된 NYT의 여섯 번째 발행인이다. 그는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NYT 기자로 근무했으며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기술 진화를 악용한 가짜뉴스와 관련해 심각성이 커지면서 이를 판별할 능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매일경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콘텐츠를 집중 보도하며 언론사로서 가짜뉴스 퇴치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박민기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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