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아나항공, 통합 아니면 해법 있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화물사업 매각을 포함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시정 조치안 승인 여부가 이 자리에서 결정된다. 시정 조치안이 승인되면 통합 작업은 이어지지만, 부결되면 통합은 물 건너가고 아시아나항공은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741%에 이를 정도로 재무 상태가 최악이다. 더 큰 문제는 유동성이다. 지난 7월 단기차입금 상환으로 현재 가용 자금이 채 1000억원이 안 될 정도다. 다른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파산할 가능성이 아주 큰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붕괴 위기에 처한 국내 항공산업을 살리고,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합을 결정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완고한 EC의 화물시장 독과점 해소 방안 요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EC의 요구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포함한 시정 조치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너지가 일부 줄기는 하겠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항공 화물 분야는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호황이었지만 평상시에는 매출 비중이 20% 정도다. 화물사업 매각으로 공중분해될 정도의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3자 매각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과연 가능할까. 부채 규모가 10조원이 훌쩍 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도 찾기 힘들고, 매각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나 사업부문 분할 매각, 인적 구조조정까지 따라야 한다. 부채 탕감도 어렵다.
합병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우리의 항공산업 주권은 다른 국가의 손에 넘어갈지도 모른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당시 수십 년간 쌓아왔던 해운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사실상 모두 망가졌다.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엄청난 손실이었다.
양사 통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의 기업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양사가 통합하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도 우리나라 항공운송산업 생태계 안정화가 가능하다. 과거 국내외 항공시장에서 노선을 선점하기 위해 벌여왔던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에서도 탈피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FSC를 하나로 정리해 트렁크라인(대도시를 연결하는 간선 노선)과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LCC는 피더라인(대도시와 소도시를 연결하는 지선 노선)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구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달 말 개최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마지막 관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생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전체 숲을 바라보는 '큰 그림'이라는 시각에서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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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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