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테크노 빅뱅 시대, 법률 전쟁도 대비해야
인간수명 200세로 늘어나고
창의성·아이디어 역할 커져
中 대체할 국가 印尼 급부상
패권경쟁 속 법률전쟁 치열
법률가, 국익 위한 戰士돼야
지난달 개최된 제24회 매경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습니다. '테크노 빅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인류'가 주제입니다. 오픈AI 창립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양자컴퓨터 전문가, 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세계적 베스트셀러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 저자를 비롯한 국내외 미래 전략 전문가들이 지혜를 나눴습니다. 기술혁명 시대를 맞아 네 가지 변화 명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첫째, 인공지능(AI) 중심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챗GPT, 양자컴퓨터, 우주왕복선 상용화, 인간 수명 200세 시대가 가져올 변혁은 인류의 삶을 뿌리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빠른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3초 만에 합니다. 복잡한 암호도 몇 초 만에 풀어냅니다. 인간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기술로 수명을 200세로 늘리면 지금의 연금제도는 유지될 수 없고 가족제도도 변하게 됩니다.
둘째, 기술패권 전쟁은 치열한 법률 전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21세기 석유이자 전략무기입니다.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교수는 미국의 보조금 정책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지지합니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보조금으로 자국 산업을 키웠습니다. 중국은 희토류 등 수출 통제와 보복 조치까지 허용하는 수출통제법을 만듭니다.
유럽연합(EU)도 중요 원자재와 반도체 공급을 자체 확보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법과 유럽 반도체법을 발표했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디지털 서비스법과 디지털 시장법도 내놓았습니다. 유럽연합은 AI의 위험을 차단할 목적으로 유럽연합 AI 법률을 발의했으나, 미국은 자율규제를 선호합니다.
셋째, 지정학적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포럼에서는 '넥스트 차이나, 인도' 세션과 '한국과 인도네시아 유니콘 대표들이 전하는 창업 이야기' 세션이 마련됐습니다.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면서 국내총생산(GDP) 순위도 5위로 급부상했습니다. 인도네시아도 세계 4위 인구로 GDP 16위로 떠올랐습니다. 모두 젊은 층이 많고 디지털 물결이 거셉니다.
넷째, 인간의 창의성과 기발함,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가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좋은 정부 정책이 국가경제를 성장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역저인 '모방과 창조'에서도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고 역설합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전쟁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습니다. 세찬 물결을 직접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대만은 다각도의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법률 전쟁의 각축장에서 대한민국 법률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주요 국가의 입법 동향을 세밀히 살피고 대응 논리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 법률은 신속히 추진해야 합니다. 통상 분쟁이 불거졌을 때는 기업, 로펌, 정부가 한 팀이 되어 치밀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핵심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춰야 합니다. 테크노 빅뱅 시대의 법률가는 기업과 국가의 이익을 법으로 지켜내는 전사(戰士)입니다.
[봉욱 전 대검 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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