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달라진 尹대통령의 화법
윤석열 대통령의 화법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7일엔 국민통합위원회와 신임 당 지도부, 내각의 장관들이 함께한 만찬에서 "전문성보다도 (국민) 공감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 날인 18일엔 "국민은 무조건 늘 옳다. 변명해선 안 된다"고 참모들에게 당부했고, 19일엔 "나도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스스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전 윤 대통령의 화법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관성 있게" "사실관계를 따져본 후" "침착하게" 등 검찰 출신답게 선분석·후조치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에도 처음엔 "지혜롭고 차분하게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윤 대통령 발언에 민심의 반응이 더 냉담해지자 며칠 만에 '확' 달라진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위기 속에서도 버티며 큰 승리를 맛본 승부사적 기질로 정의됐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연수원 기수로 5기수를 뛰어넘는 파격적 발탁의 주인공으로 검찰총장이 됐음에도 국민 뜻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해 여권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됐다. 작년 1월에는 대선을 겨우 2개월 앞두고 선대위를 해체하는 위기를 돌파하며 대통령 당선이라는 큰 승리를 거머쥐었다.
위기 속에서 한 번의 큰 승리를 맛본 리더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좇게 돼 있다. 그러다 보면 이슬비처럼 촉촉하게 젖는 민심의 빗방울엔 무관심해진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함성득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는 "5년 단임제 아래에서는 성공한 대통령이 아닌,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돼야만 한다"며 "큰 승리보다는 작은 승리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까지, 변화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줄 시간은 아직 6개월 남았다. "국민은 무조건 옳다"는 마음으로 민생에서 하나둘 진정성을 보여주며 작은 승리를 위해 분주히 뛴다면 이번 보궐선거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만 보고 나간다면 지지율은 자연히 따라 오를 것이다.
[우제윤 정치부 jyw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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