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팔 병원오폭 정보에도…이슬람권 분노는 이미 '들불'
사우디 외무부 "이스라엘 점령군 극악무도 범죄"
이란 "팔레스타인 피로 시오니즘 정권 몰락" 선동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아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측의 로켓 오발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이번 사태로 촉발된 이슬람권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팔레스타인 측 로켓 오발 사고로 병원 폭발이 일어났다는 분석을 제시했지만, 중동 지역 전역에서는 이 사고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주장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라말라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자유, 자유로운 팔레스타인"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시위대 중 10대 두 명을 총으로 쏴 사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에서 무장 정파 헤즈볼라 지지자 수백명이 베이루트 교외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헤즈볼라 고위 인사인 하셈 사피에딘은 시위대에게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더 많은 병원, 구조대원, 민방위 자원봉사자, 주민들을 주저 없이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던 시위가 폭력적으로 돌변하자 보안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에서는 전역에서 시위자들이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흘린 피는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을 몰락으로 데려간다"고 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번 폭발을 "이스라엘 점령군의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해외에 체류하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대거 수용하는 친하마스 아랍국가 카타르도 이번 사태를 "잔인한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도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UAE의 국영 WAM 통신은 "UAE는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바레인에서는 수십명의 시위대가 주바레인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행진하다가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폭격이 무고한 수백명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주이스탄불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 형제들이 느낀 고통을 가슴 깊이 느낀다"며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내전 중인 예멘에서는 후티 반군에 의해 장악된 수도 사나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펼쳤다.
알제리는 이번 사태를 "점령군이 저지른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고 튀니지에서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인 시위대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 국가의 지원을 규탄하며 대사를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리비아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고 리비아 정부도 이번 폭발을 "비열한 범죄"라고 불렀다.
요르단에서는 1만명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모여 "요르단 땅에 시오니스트 대사관은 안 된다"며 외교 사절단의 추방을 요구했다. 요르단 정부도 이스라엘이 "이번 심각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는 2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막기 위한 "즉각적이고 긴급한 결의안"을 촉구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의회 근처에 모여 시위했다.
이슬람 국가의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조직적 국가 테러"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걸프협력이사회(GCC) 자심 모하메드 알비다이위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심각한 위반을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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