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얘기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이재명, 반복적으로 위증 요구

김지환 기자 2023. 10. 19.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증교사 A4용지 17페이지 분량 공소장 보니
검찰, 이재명 대표가 반복 요구한 내용 적시
백현동 공소장에는 이재명-정진상 지시도 적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것을 부탁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법원에 제출한 A4용지 17페이지 분량의 위증교사 사건 공소장에 2018년 12월경 이 대표와 김씨 간 이뤄진 통화 내용을 자세하게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정진상씨를 통해 수행비서 김씨가 자신을 위해 증언해 줄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김씨가 “기억이 안 난다”며 거절의 뜻을 전하자, 이 대표는 이번엔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내가 타겟이었던 거, 이게 매우 정치적인, 또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던 점들을 얘기해주면 도움이 될 거 같다”며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 내용을 설명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그래도 김씨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자, 이 대표는 재차 자신이 원하는 증언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 뒤 이 대표는 김씨에게 또 다시 전화를 걸어 김병량 전 성남시장 측이 최철호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재명 단독 범행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KBS와 김병량 전 시장 측이 상의했고,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좋다”고 요구했다.

김씨가 당시 외부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꼭 좀 부탁드릴게요”라면서 김씨에게 계속 증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거듭된 부탁에 김씨가 결국 승낙하자 이 대표는 “그래요, 어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네요” 등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김씨는 2019년 2월 이 대표 측 증인으로 출석해 부탁받은 내용대로 증언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 위증죄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인섭이형 잘 챙겨줘야... 로비스트 청탁 기점으로 상황 변해”

검찰은 이 대표의 A4용지 39쪽 분량의 백현동 개발비리 공소장에 이 대표의 범행 동기에 대해 “인허가 알선을 통해 (브로커 김인섭에게) 경제적 이익을 얻게 도와주고 향후 정치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라고 적시했다.

해당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당선 후부터 2014년까지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 불가, 공영개발’ 방침을 유지했다. 하지만 김인섭씨의 청탁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2013년 말~2014년 초, 김씨가 정진상씨에게 ‘내가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 짓는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이 청탁의 기점으로 본 것이다.

특히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씨는 2014년 11~12월 용도변경 업무 공무원에게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수직 용도 상향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이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제된 것도 김씨의 청탁으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공사의 참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선 이래 일관되게 강조한 개발이익 환수 의무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한 법령상 임무”라며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공익을 대변할 공사를 배제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씨가 김씨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 민간 업자가 총 1356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은 “김씨도 77억원을 수령한 반면, 공사는 백현동 사업에 참여했을 경우 최소 현금 200억원을 제공받을 수 있음에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앞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이 대표를 지난 12일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한 상태다. 이 재판부는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함께 심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7일 위증교사 사건도 함께 배당되면서 한 재판부가 대장동·위례, 백현동, 성남FC, 위증교사 사건을 심리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위증교사 사건을 별도로 심리해달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백현동 사건은 이미 진행 중인 대장동·위례 사건의 피고인이 겹치고 관련 증거들이 중복돼 병합 기소한 사안”이라며 “위증교사 사건도 신속한 재판 진행과 공소유지, 입증 책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분리 기소한 것으로, 재판부도 그런 점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