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페라 연출 손진책 "'투란도트' 원작의 결말 넘고 싶었죠"(종합)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투란도트'를 볼 때마다 결말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은 공주가 갑자기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원작을 넘어보고 싶었죠."
오는 26∼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손진책 연출이 최초로 연출하는 오페라다. 1974년 연극 '서울 말뚝이'로 연출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연극, 창극, 마당놀이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예술 작품에서 연출을 맡았다.
오페라 연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손 연출은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도 '소통'을 본질로 하기에 연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든 무용극이든 특별히 연극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연출했다"며 "차이가 있다면 오페라는 음악이 무엇보다 앞선다는 점이다. 음악적인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페라는 가사와 대본을 주어진 대로 연출해야 해서 연출가의 해석이 견강부회식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연극은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 작업하는 것도 재밌다"며 웃었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유작으로 1926년 초연했다. 얼음같이 차가운 면모로 나라를 통치하는 공주 투란도트와 공주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칼라프는 공주가 결혼 조건으로 내건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음에도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자, 해가 뜨기 전까지 공주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내기를 걸어 공주를 자극한다. 원작에서 이름을 알아내는 데 실패한 투란도트 공주는 칼라프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결말을 맞는다.
이번 작품은 원작의 결말을 비틀어 칼라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시녀 류의 헌신을 조명한다. 시녀 류는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내려는 투란도트의 고문을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물이다.
손 연출은 "'투란도트'는 결국 사랑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투란도트와 칼라프 커플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류의 조건 없는 희생적인 사랑을 계기로 온 나라가 압제에서 벗어나 희망으로 나아간다는 점에 환호하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칼라프 역에는 '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이 출연한다. 2010년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극장에서 공연했다. 서정적이면서 활기찬 목소리를 지닌 '리리코 스핀토 테너'(Lirico spinto tenor)라는 평가를 받는다.
줄곧 해외에서 활동한 그는 이번 공연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다. 10월부터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투란도트'에 출연하고 있어 당초 국내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독일 공연의 휴식기와 한국 공연 시기가 겹치며 출연이 성사됐다.
이용훈은 "이번에 정말 공교롭게도 한국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어 꿈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데뷔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해외는 빠르면 5년 전부터 제안이 오지만 국내는 다음 달 열리는 공연인데 출연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미 스케줄이 차서 출연할 수가 없다. 프로 성악가로 활동한 지가 20년인데 일정이 밀리고 밀리다 보니 이제야 국내 공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용훈은 연출가가 오페라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하는 추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원작의 대본이나 음악을 변형하는 것은 작곡가에 대한 존중에서 어긋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해석과 시도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에 '오징어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오페라 '투란도트'에 출연한 경험도 들려줬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리하면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풀 기회를 얻는다는 설정이었죠. 무대에서 줄다리기에 양궁까지 하는데 관객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주인공인 투란도트 역에는 이탈리아 베로나, 베니스 극장 등 유럽 무대에서 활동해 온 소프라노 이윤정을 낙점했다. 류 역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이 출연한다.
서선영은 "세계적인 성악가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칼라프를 향한 사랑으로 죽음을 택한 류를 저의 해석으로 표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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